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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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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원제 Identiteit

파울 페르하에허 | 옮김 장혜경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5년 11월 23일

ISBN: 978-89-8371-746-7

패키지: 소프트커버 · 신국판 152x225mm · 288쪽

가격: 17,000원

분야 정치, 사회, 철학


책소개

이 시대에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열려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단연코 이 책은 우리를 환영에서 깨어나게 해줄 강력한 해독제가 될 것이다. _맹정현(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패러다임』)

아도르노와 동료들은 ‘권위주의적 인성’을 해부함으로써 무엇이 파시즘을 가능케 했는지 밝혀주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적 인성을 어떻게 해부할 것인가. 파울 페르하에허는 그 과제를 떠맡는다. 이 책은 정치적인 올바름에서 새로운 인종주의까지 우리를 휘젓는 은밀한 광기를 총체적으로 조감한다. _서동진(사회학자,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읽는 내내 지금 우리 사회가 닥친 문제를 거울로 비추어주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요새 사람들은 왜 이런지 답답하고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_하지현(정신과 전문의,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잔혹해지는 심리장애의 징후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왕따에서 묻지마 살인, 총기난사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전의 공격성과는 질적으로 다른 심리적 증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그 원인을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우리의 정체성 형성 과정, 인성 발달 과정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데서 찾는다. 철학사와 윤리학사, 종교사에서부터 뇌과학, 동물행동학, 정신분석학, 그리고 언론 기사들과 개인적인 체험을 오가며 명쾌하게 입증해낸다. 그리고 이것이 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 ‘내 아이의 일’인지 섬뜩하게 납득시킨다. 또 이를 극복할 개인적이고도 공동체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우리는 인간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최근 심리적 문제의 양상들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 더 심각해지고 더 다양해지고 더 많아졌다는 것은 피부로 느껴지는 사실이다. 이전보다 더 고비용의 보육과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전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공격성과 부적응을 보인다. 모범생으로 분류되던 아이가 교실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일이 일어나고, 왕따와 이지매가 발생하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 이제 유치원에서도 폭력 문제를 고민할 정도다.
게다가 이런 심리적 문제의 파장은 대단히 폭넓게 사회 전반을 아우른다. 육아는 놀라울 정도로 편리한 발명품들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직원들은 직장에 대한 만족도나 충성도가 이전보다 떨어진다.(‘팀 정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많은 경영기법들이 개발되고 적용되지만, 실제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형편없이 팀웍이 떨어지고 잘해야 같이 시스템을 욕하는 정도에서 동료애를 확인할 뿐이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소비재의 질은 점점 떨어진다. 외식업계와 식품업계가 온갖 메뉴를 개발하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적어지고 비용도 점점 비싸진다. 문화상품들은 큰돈을 투자해 겨우 ‘추억팔이’를 하는 데 만족하고, 자잘한 방송 사고와 신문기사의 오류들은 점점 많아지며, 책 속 오역이나 오탈자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웬만해선 사회 비판적 언급을 자제하는 저명한 정신분석가가 입을 열었다. 파울 페르하에허는 특히 ‘엔론 사회’라는 이름으로 직장과 학교와 병원에서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이 변화들은 줄여서 ‘신자유주의화’라고 부를 수 있고, ‘수량화와 성과주의(능력주의)의 도입에 따른 질적 퇴보’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교육, 학문, 보건 제도처럼 간단히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는 분야를 간단히 평가하려고 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은 아주 치명적이다.
학교에서는 연구자나 교수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연구는 점점 더 부정확해지고 실험 결과 조작 같은 문제들이 야기된다. 정신 보건 업계에서는 유전학과 뇌과학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심리학자들이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한다. 또 그런 과학적 권위를 앞세워 장애를 대량생산해내고, 내담자들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훈육이나 약물처방을 남용한다.


목차

서문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

1부 정체성 형성 과정이 달라졌다

1장 정체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체성이 있는가
정체성은 동화와 분리라는 양 극단의 긴장지대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우리의 뇌가 아니다
가족 서사와 민족 서사
자존감과 자기혐오
우리가 습득하거나 습득하지 않은 가치관 및 규범들
공격성과 공포, 동일성과 차이의 균형
정체성은 이데올로기다

2장 윤리
자아실현에서 자기부정까지
고대의 윤리: 좋은 관습이 좋은 성격이다
기독교의 윤리: 인간은 철저히 나쁘다
급진적 프로테스탄트, 급진적 상인, 급진적 과학자의 탄생
초월성과 자기부정의 의미와 효과

3장 인간과 과학(학문)
불변성에 대한 믿음이 깨지다
유토피아의 꿈
진화를 진보로 착각하다
측정 가능성, 향상 가능성
종교의 기능을 물려받은 과학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개인의 진짜 본성을 만개시키는 계발

4장 본성이라는 신화
생물학과 유전학의 극단적 전용
본성이냐 양육이냐
윤리와 생물학을 제대로 이어보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긴장 혹은 균형
그렇다면 본성은?

막간
심리장애는 사회적인 것이다

2부
우리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사회

5장 엔론 사회
역사상 가장 잘 살지만 가장 기분이 나쁜 사람들
새로운 서사: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능력주의: 그렇게 똑똑한데 왜 돈을 못 버니
경제의 옷을 입은 사회진화론
지식 공장이 된 대학
건강 기업이 된 병원
품질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가
사회적 결과들

6장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
광고와 언론의 메시지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
이전까지 도덕적 발달의 일반적 과정
공갈젖꼭지를 못 뗀 아이들
만들거나 부수거나
공동체 윤리가 사라진 곳에 계약서가 들어서다
개인과 조직 간의 부정적 사이클
새로운 인성의 특징
무기력한 자유로움

7장 장애를 대량생산 하는 사회
심리학자들은 왜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하나
질병 모델이라는 지배적 패러다임
다시 심리장애는 사회문제다
양극화는 건강에 해롭다
심리장애가 실패의 증거이자 실패가 곧 심리장애인 사회
훈육이 치료를 대체하다
아버지의 실종과 콜센터의 증가

8장 좋은 삶
지배자의 권력과 일하는 사람의 권한을 구분하라
효율성과 행복을 모두 고려하는 노동환경
양적인 평가보다 질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우리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딥 프레임을 건드리면 행동도 바뀐다
자기배려를 이기심과 구분하기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균형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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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심리학 전성시대와 과학주의 함정들

앞서 언급한 심리학 분야의 변화는 최근 10여 년 동안 시장 상황이 (그나마) 가장 탄탄했던 심리학 분야 출판물의 제목들을 훑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독해지라거나 내려놓으라거나 단순해지라는 등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훈육하는 책들이 많다. 문제는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이 바뀌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심리학 책과 자기계발서의 경계는 허물어진 지 오래다.
이 책 역시 심리학 책이고 어떻게 하면 지금의 불균형 상태를 되돌리고 행복한 삶,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도 담고 있다. 다만 그러한 자기인식과 자기변화가 공동체의 자기인식이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차이다.
사실 사회적인 측면을 외면하고 개인에 집중하는 책들이 사회에 대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요즘 사람들이 너무 책임감이 없고 게으르고 나약하다거나 혹은 너무 이기적이고 신경증적이라는 여러 불평불만은 ‘복지국가’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리로 곧잘 사용된다. 이는 서구에서나 한국에서나 사회보장 시스템을 보완하려 할 때마다 등장하는 고전적인 반대 근거다. 게다가 이런 논리는 과학적인 외피를 쓰고 있지만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진화를 진보로 오독하는 사회진화론의 논리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정신 보건 분야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또 뇌과학을 통해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신경장애들 역시 제한적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판단 자체가 사회적 규범과 가치판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적지 않지만 이미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과학주의라는 믿음을 깨뜨리기는 어렵다.
특히 과학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최근 심리학과 인문학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가 ‘신자유주의 능력주의’라고 부르는 교육 능력주의와 경제 능력주의의 결합은 ‘그렇게 똑똑한데 왜 돈은 못 버니?’라는 빈정거림으로 요약된다. 수량화 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성공, 즉 물질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들은 모두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 ‘지성적’이라는 말은 욕설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한다.

정체성과 윤리와 행복과 좋은 삶은 무슨 관계일까

유명인들의 학력 위조, 황우석 사건과 같은 연구 결과 위조, 최근의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모범생으로 분류되던 중학생의 교실 폭발물 설치, 온갖 증오범죄들, 묻지마 테러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오늘날, 이런 사회 현상들을 가로지르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하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윤리와 정체성의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정체성’이라고 하면 오래 전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에서 혹은 대학 때 교양 심리학 교재에서 본 것을 끝으로, 혹은 육아책(발달심리학)에서 본 것을 끝으로, 이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지 오래인 독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체성’의 문제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현실의 여러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 늘 호출해야 하는 평생의 과제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쓰인 글귀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고양된 자기인식 없이는 어떤 사회적 과제도 담당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오랜 지혜를 담고 있다. ‘정체성’의 뜻을 제대로 회복시키는 것은 ‘윤리’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것이나 거의 비슷하게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 책에는 웬만한 부모들, 교육자들에게 유익한 실용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발달이론이 오늘날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변화된 정체성 형성 과정이 어떤 문제들을 가져오는지 생생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애착과 분리의 이론과 현실을 이렇게 업데이트된 버전으로 정리한 육아책은 만나기 쉽지 않다.
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윤리관부터 기독교적 가치관, 계몽주의의 가치관, 기독교 체제의 해체 이후에 나타났지만 종교보다도 완고한 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불러온 과학주의의 발흥, 그리고 진화를 진보로 오독하고 사회 진보와 개인의 계발을 부추기는 새로운 다윈주의의 득세에 이르기까지 수 페이지 안에 일필휘지로 윤리의 역사를 일별하는 저자의 내공은 놀라울 정도다.
저자가 좋은 삶을 위해 제안하는 것들은 새롭지는 않다. 이기심과 구분되는 자기배려에 집중하기, 일하는 사람의 권한을 지배자의 권력과 구분하고 인정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결핍’을 ‘의미’로 바꾸기 위해 (학문이든 예술이든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온갖 창의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기울이기. 인간의 조건을 끌어안는 이런 전통적인 방법이야말로 지금의 시스템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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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페르하에허

벨기에 헨트 대학의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이다. 1998년에 출간된 『고독한 시대의 사랑』은 학술서임에도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어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2008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2000년 출간된 『정상성과 장애들에 관하여』의 영어판은 괴테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후로 세계정신분석학회(IPA)의 후원하에 신경과학과 정신분석학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뉴욕에 거주하는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제안으로 그녀의 작품 세계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하기도 했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여러 차례에 걸쳐 행해진 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출간 즉시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파울 페르하에허"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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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경 옮김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 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사물의 심리학』, 『마지막 사진 한 장』,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바보들의 심리학』,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사랑의 코드』, 『피의 문화사』, 『오노 요코』, 『누구나 혼자입니다』,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 『변신』,『권력의 언어』 등 다수의 문학과 인문,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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