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서경식, 정주하 | 옮김 형진의

출판사 반비 | 발행일 2016년 3월 1일 | ISBN 978-89-8371-775-7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60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5주년,
3.1과 3.11을 잇는 상상력을 제안하다

식민지지배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연결시키는
역사적,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연대의 힘을 이끌어내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2013년 봄부터 2014년 여름까지 약 1년 4개월에 걸쳐 일본 6개 지역을 순회한 정주하 작가의 사진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전시 현장에 서 펼쳐진 대화의 기록이다. 이후에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내미는 손이며, 미지의 독자를 향해 바다에 흘려보내는 유리병 편지이다.
한국의 사진작가 정주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연작)을 일본 순회하며 전시하게 된 것은 ‘정주하 사진전 실행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일본의 여러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서경식과 한홍구, 다카하시 데쓰야는 특히 이 작업의 준비과정부터 함께하며 작품들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문제적인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이 사진 작업과 전시라는 일련의 과정은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후쿠시마를 공간적, 시간적 경계를 넘어 사유해야 한다는 의지로 이루어졌다. 좌담 역시 처음부터 사진전과 함께 기획된 것으로 예술이 촉발한 어떤 문제의식을, 혹은 어떤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어찌 보면 사진 작업의 준비부터 전시, 좌담, 그리고 그 결과물의 출판까지가 커다란 하나의 공동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전을 주최하고 좌담에 참여한 이들은 재일조선인 지식인이자 작가 서경식, 사진작가 정주가, 역사학자 한홍구, 철학자 다카하시 데쓰야, 그 밖에도 일본과 한국의 저명한 연구자, 사진작가, PD, 시인, 소설가 등이다.(아래 지은이 정보 참조) 후쿠시마 출신의 철학자와 작가, 또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비평가, 또 재일조선인 연구자, 작가 등이 만나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약자의 피해를 부인하고 망각하는 가해자의 폭력에 어떻게 맞서야 하며, 좁은 시야에 갇혀 있는 우리의 상상력을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지에 대해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 것이다.
참여자들뿐 아니라 사진전이 열린 장소들도 무척 의미심장하다. 원전사고의 현장인 후쿠시마는 물론이고, <원폭도>뿐 아니라 관동대지진 당시 난징대학살을 기리는 ‘통한의 비’가 전시되어 있는 사이타마의 마루키미술관, 오키나와의 사키마미술관, 또 전몰 미술학도의 유작을 모아 전시하는 나가노의 시나노데생관, 교토의 국제평화뮤지엄 등의 장소 한 곳 한 곳이 역사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큰 물음을 던지고 있는 곳이다.
또 책에는 이들 패널들 사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과의 밀도 있는 대화도 포함되어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 안에서도 여러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인식의 차이와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대의 지점을 찾기 위한 치열한 대화가 펼쳐진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원전 문제에 식민지주의 비판이라는 관점을 도입하다

방사능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경험한 인간에게 방사능 누출의 공포는 당연한 것이다. 이런 불안을 외면하고 은폐하는 것은 원전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원전 마피아)이 바라는 바이자, 눈앞의 이익을 위해 모든 감각을 차단하는 근시안적인 태도가 세상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는 일이다. 망각과 부인을 조장하는 세력에 저항하기 위해 개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먼저 과거의 가해와 피해가 종결된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이 책(혹은 사진 촬영과 전시 좌담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전시 제목(이자 연작의 제목)에서 생생히 드러난다. 후쿠시마의 아픔에 일제시기 식민지치하 시인의 시선을 겹쳐놓은 이 제목은 예민하고도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후쿠시마와 식민지 조선, 후쿠시마와 오키나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들의 피해를 같은 것이라 말할 수 있나? 이 문제들은 후쿠시마만의 문제, 식민지 조선만의 문제, 오키나와만의 문제가 아닌가? 이들은, 그리고 우리는 왜 만나야 하나?
이런 논의의 과정에서 후쿠시마의 조선인 학교, 후쿠시마의 거대한 철탑을 세우는 데 투입된 식민지 조선인들의 노동 등 한 번도 조명받지 못한 역사적 사실들이 거론되고, 그를 둘러싼 개인적 경험들이 환기되기도 한다. 또 일견 전혀 무관한 경험으로 보이는, 원전의 직접 피해지역인 후쿠시마와 미군기지 문제에 맞서는 오키나와의 경험은 짧게는 2차대전 이후, 길게는 메이지유신 이후 ‘부국강병’을 내세우는 거대한 흐름의 반대편에서 서로 맞닿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그들만의 일, 지나간 일로 치부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역사적 비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편집자 리뷰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은
예술을 통해서 가능하다

인간의 척도를 넘어서는 원폭의 피해를 상상하기 위해 식민지지배를 비롯한 여러 역사적 사건들과 개인적 경험을 환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쉬운 일일 리는 없다. 다양한 국적, 성별, 연령, 배경을 지닌 이 책의 참여자들은 그것이 예술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믿음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중심에 사진작품, 사진예술이 놓인 이유는 편의적인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에는 정주하 작가의 사진뿐 아니라 식민지지배를 겪은 이상화 시인의 시,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 학살을 겪은 이탈리아인 작가 프리모 레비의 시, 원자폭탄 투하를 경험한 일본 소설가 하라 다미키의 일화와 작품, 그밖에도 일본에서 화가를 꿈꾸다 전쟁에 징집되어 전사한 젊은 미술학도의 그림 등이 함께 이야기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책은 거대한 폭력 앞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예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공감과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종합하자면 이 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년을 맞아, 3·11을 더 잘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는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권력이 그어놓은 다양한 허구적인 경계선을 극복하고 지리적,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들 간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이 먼저 문제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개인이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해 세력에 속하게 된 사람들이 피해자에 더 많이 공감하고 연대할수록, 위험 수위에 달한 현재의 상황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전시와 좌담에 참여한 다양한 패널과 청중들은 개개인이 처한 한계와 약함을 인정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모색했다. 그 기록은 더 깊은 성찰과, 더 넓은 공감을 얻기 위하여 일본에서 책으로 출간된 데 이어,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연대의 움직임을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확장하기 위해서이다. 동아시아의 평화, 전 세계의 평화는 결코 개별적인 일이 아니다.

목차

한국어판을 펴내며 서경식
한국어판을 펴내며 정주하

사진의 아름다움이 이야기하는 것
자신의 약함을 수용하는 것
예술의 힘이란 무엇인가
‘고통의 연대’의 가능성
예술의 힘과 그 역할을 둘러싸고
‘상상의 경계선’을 극복한다
식민지주의라는 시각

미나미소마 일기
원전=사진론:사진가 정주하가 제기하는 핵 시대의 표상과 사고
일본어판 편집 후기
옮긴이 후기

작가 소개

서경식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1974년 와세다 대학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도쿄 게이자이 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리쓰메이칸 대학  교수인 서승과 인권 운동가인 서준식의 동생으로 방북으로 인해 구속되었던 형들의 석방과 한국 민주화를 위해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때의 장기적인 구호 활동 경험은 이후 사색과 문필 활동으로 연결되었다.
저서 중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받았고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그 외에 『나의 서양미술 순례』,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청춘의 사신』, 『디아스포라 기행』, 『난민과 국민 사이』, 『만남』, 『언어의 감옥에서』, 『시대를 건너는 법』, 『나의 서양음악 순례』 등의 저서가 있다.
2006년 봄에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로 한국에 와서 2년간 체류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재일조선인들의 역사와 현실, 일본의 우경화, 예술과 정치의 관계, 국민주의의 위험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기고하고 강연했다. 2012년에 민주주의 실현과 소수자들의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제6회 후광 김대중 학술상을 수상했다. 

정주하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나 독일 쾰른대학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백제예술대학 사진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독일 벨레펠트의 포토포럼, 크레펠트의 갈레리파브릭히더, 서울 예술의전당, 선재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미국 시카고의 현대사진미술관, 휴스턴의 윌리엄스타워갤러리, 그리고 일본 사이타마의 근대미술관 등 여러 곳에서 개인전 및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사진집으로는 『땅의 소리』, 『불안, 불—안』, 『서쪽바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이 있다.

형진의 옮김

한남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하고 일본 히토쓰바시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언어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2010년에 우송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쳤고, 현재 한남대학교 교양융복합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근대 일본의 ‘국어’와 ‘구어’ 개념의 발생」, 「근대 일본의 언어 근대화와 구어 문법」, 「근대 일본의 표준어 정책」 등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