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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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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 기획 줌마네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8년 8월 31일

ISBN: 979-11-8919-827-5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268쪽

가격: 17,000원

분야 문화, 대중문화, 정치, 사회


책소개

폭력과 혐오의 시대, 사랑은 어떻게 가능할까?
데이트 폭력, 불법촬영, 여성혐오, 취업난, 주거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친밀성이라는 문제

사랑 이야기가 사랑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고, 권력의 차이와 폭력을 뼈대로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당신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의 정교한 질문들은 결국 하나로 모여, 우리를 순응하고 안주하게 만들지 않을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가능할 것인지 묻는다.―정세랑(소설가)

사랑과 연애는 누구와 행복하게 살 것인가와 관련해 모두가 관심을 갖는 이슈다. 이 책은 대중문화 속의 변화하고 있는 사랑과 연애를 사회적 맥락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좋은 여성학 입문서다. 한국 사회와 대중문화 텍스트를 분석하는 저자의 여성학적 시각, 문화연구자로서의 비판의식, 그리고 텍스트에 대한 고유한 해석이 돋보인다. 우리 사회 사랑과 연애의 급격한 변화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김은실(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

 

폭력과 혐오의 시대, 왜 우리는 친밀성을 고민해야만 하는가

2018년 8월 25일 불법촬영 편파 수사와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7만여 명의 인원이 서울 도심에 모였다. ‘OO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와 미투 운동을 통해 여성들은 학교, 직장, 예술계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폭로했다. 소라넷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는 수없이 많은 불법촬영 영상이 또 다른 경로로 유통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매년 1000여 건 이상 증가해 2017년에는 1만 303건에 달했다. 이와 더불어 성차별과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인식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사회는 젠더 이슈를 둘러싸고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판결, 도처에 깔린 리벤지 포르노,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 한가운데에서 여성들은 이제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더 위험한 관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여성과 남성의 친밀 관계, 특히 사랑 또는 연애가 평등하고 행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많은 여성들은 과연 어떤 남성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이 극심한 온도차를 극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지 절박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이토록 두려운 사랑』은 왜 우리가 이런 ‘연애 불능 시대’까지 와버렸는지 그 과정과 맥락을 살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사랑과 연애를 향한 우리의 모순된 열망과 두려움이 형성되어온 과정을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닥친 긴급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이나 섬세하고 정확하게 역사적, 사회적 흐름을 살피는 작업이 나란히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연애 또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왜곡되거나 훼손되어왔는지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파악해야만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지형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학자이자 문화연구자 김신현경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키워드로, 한국의 대중문화 및 현상을 텍스트로 삼아 멀게는 신여성들로부터, 가깝게는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변동과 관련해 우리의 사랑/연애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본다. 저자는 영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 제작자, 문화기획자로 활동해온 한편, 오랜 시간 동안 연애, 여성 노동, 미디어 산업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라는 고유한 장에서 벌어진 현상들을 꾸준히 분석해왔다. 이 책은 이런 오랜 관찰 및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서구와는 다른 근대화 과정을 거친 ‘한국’이라는 장에서 ‘사랑’이 지녀온 다양한 의미망들을 하나하나 풀어내서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목차

서문 친밀성에 대한 우리의 욕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부서져왔나

1강 우리의 사랑은 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가:
식민지 조선에서 오늘날까지, 사랑과 연애에 관한 질문
나혜석, 「이혼 고백장」(1934) | 드라마 「청춘시대」(2016)

2강 1990년대, 연애의 (재)탄생:
1987년 민주화 이후, 연애의 시대
영화 「접속」(1997) | 영화 「정사」(1998) |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2012, 2013, 2015~2016)

3강 자원 거래의 장이 된 연애:
IMF 경제위기와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 이후의 사랑/연애
영화 「나쁜 남자」(2002) | 영화 「버스, 정류장」(2002)

4강 도시, 여성, 일:
2000년대 ‘차가운 친밀성’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칙릿 유행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2006) |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

5강 ‘나쁜 남자’ 변천사:
여성적 욕망의 대상으로서 ‘나쁜 남자’부터 ‘무서운 남자’까지
영화 「연애의 목적」(2005) | 웹툰 「치즈 인 더 트랩」(2010~2017)

6강 그들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날 남성들은 친밀성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표출하는가
아이유, 「좋은 날」(2010) | 영화 「소셜포비아」(2015)

7강 이런 세상에서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
드라마 「밀회」(2014)


편집자 리뷰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 사랑과 연애에 대한 욕구는 어떻게 형성되고 훼손되어왔나
사랑과 연애에 대한 기대, 열망, 욕구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조건들과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며 만들어진다. 이 책은 약 30여 년에 걸친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동을 긴 호흡으로 읽어낸다. 서구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참조하되 한국 사회만이 겪은 특유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짚어내는 날카로운 시선 역시 돋보인다.
“사람들이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남녀는 어떻게 자유롭고 평등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책은 현재의 ‘연애 불능 시대’를 진단하기 위해 먼저 80여 년 전 나혜석이 「이혼 고백장」에서 제기한 질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여성들이 주장했던 ‘자유연애’는 타고난 신분에 얽매이지 않는 개인들 간의 만남이었음을 지적하며, 신여성들의 문제의식이 지금 여기 우리가 던지고 있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같은 문제의식은 ‘연애의 시대’ 90년대에 이르러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한국의 맥락에서는 87년 민주화 이후 개인의 인권과 자유라는 개념이 지배 담론으로 대두되고, 전 세계적 맥락에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워진 시기다. 이 책은 당시 영 페미니스트 운동에서도,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연애’가 다른 어떤 존재로도 환원되지 않는 ‘개인’의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는 장이자,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 간의 만남을 위해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핵심적인 장으로 등장했음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연애라는 새로운 친밀 관계에 대한 90년대의 장밋빛 기대는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자원 거래의 장으로 변모한다. 저자는 IMF 직후 만들어진 영화들을 경유해 ‘원조교제’라는 단어의 등장부터 현재 성행하는 개인형 성매매, ‘조건만남’까지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거래될 수 있는 자원으로 인식되어왔는가를 살핀다. 한편 2000년대 중반 칙릿 유행을 통해 읽어내는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리 잡으며 정리해고와 불안정 고용이 일상화되고 특히 여성들의 노동조건이 가장 먼저 열악해진 상황이다. 여성의 자아의식은 왜 ‘소비’라는 형태로만 표출될 수 있게 되었는지, ‘된장녀’라는 혐오 명명은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는지, 자신을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주체로 동원하라는 자기계발 시대의 주문은 여성의 외모, 모성, 섹슈얼리티까지 어떻게 ‘계발’ 대상으로 만들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본다.
이처럼 점점 더 열악해지는 경제적 상황, 막 싹을 틔우려다 중단된 인권 담론, 생존부터 친밀성까지 모든 것을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강제해온 경제위기 이후의 2000년대를 거슬러 살펴본 뒤, 저자는 그렇다면 여성들과 남성들의 연애에 대한 각기 다른 기대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에 도달했는지를 짚는다. 먼저 미디어에서 여성이 욕망하는 대상으로 제시되어온 ‘나쁜 남자’의 형상 변화를 통해, 성적 욕망의 주체가 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화를 피할 수 없는 여성들이 처한 곤경과 모순을 읽는다. 이어서 한국 특유의 가족 형태로부터 형성되어온 한국의 남성성과 그 변화를 군사독재 시기부터 디지털 세대까지 분석한다.

나혜석에서 「청춘시대」까지, 「접속」에서 「치즈 인 더 트랩」까지
페미니즘적 대중문화 읽기
이 책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이들이 즐겼던 대중문화 텍스트의 재현을 새롭게 읽어내는 고유한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는 특정 시대 특정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적, 무의식적 욕구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친밀성에 관해 살펴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텍스트다. 한편 이 책은 독자들에게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대중문화 텍스트를 읽는 방법을 이끌어주는 좋은 안내서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키워드 삼아 익숙한 영화와 드라마, 웹툰을 다시 읽는 작업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에서의 재현을 해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체득하게 된다.
90년대에 제작된 연애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저자의 대중문화 독해는 여러 가지 정교하고도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접속」에서는 ‘개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연애라는 장과 PC통신에 대한 낭만적인 전망과 더불어 그 이면에 있는 남녀의 불평등한 노동조건을 짚어내며, IMF 경제위기 직전과 직후에 기획, 제작된 두 영화 「정사」와 「해피엔드」에서 결혼 밖 성애를 추구한 여성에 대한 전혀 다른 서사적 대비를 발견한다. 「응답하라」 시리즈 세 편을 꼼꼼하게 읽으며 2010년대 들어 확고한 유행으로 자리 잡은 회고 서사가 왜 90년대에 대한 ‘보수적인 주석’이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히며, 90년대 페미니즘과 성정치의 지향이 이후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자고 제안한다.
친밀성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욕망을 읽어내는 시선 역시 많이 이야기되어온 텍스트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88만원 세대’의 일상을 잘 그려냈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던 「청춘시대」에서 청년들이 처한 경제난, 취업난은 젠더 격차와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지적하며 현재 젊은 여성들에게 섹슈얼리티는 공포 또는 폭력과 관련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는다. 개봉 당시 직장 내 성희롱을 로맨스로 정당화하는 영화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연애의 목적」을 2010년대 대학 생활을 리얼하게 그린 ‘로맨스 스릴러’ 「치즈 인 더 트랩」과 나란히 놓고 보며, 남녀가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상상적으로나마 성적 욕망과 성적 공포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지 읽어내는 대목은 특히 흥미롭다. 이어 소녀시대와 아이유의 ‘삼촌팬’을 둘러싸고 일었던 논쟁을 상기시키며 이전과는 다른 친밀 관계를 꿈꿨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남성들의 모순을 들여다본다. 영화 「소셜포비아」와 최근의 디지털 여성혐오를 통해 젊은 세대 남성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한편, 최신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가 진정한 의사소통과 새로운 관계를 가능케 해줄 것이라는 낭만적 전망으로 가득 차 있던 「접속」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소셜미디어가 폭력과 매우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재현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기계발의 첨병으로 살아온 여성 주인공과 판타지적 남성상을 등장시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드라마 「밀회」를 통해, 책 전반을 통해 해온 다소 어두운 현실 진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사랑 또는 친밀성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페미니즘 문화연구자로서 저자의 새롭고도 고유한 해석들은 우리가 현재 발 딛고 서 있는 지형이 어디인지를 파악하게 해주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공포를 넘어선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도록 돕는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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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현경

영 페미니스트 운동으로 청춘을 보냈다. 1998년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장으로 일하면서 여성주의 잡지 《두입술》을 발간했고, 2001년 페미니스트 커뮤니티 ‘언니네’를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탰다. 2008년에는 문화기획집단 ‘영희야놀자’를 결성하여 강남 중산층 가족의 탄생과 하우스푸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모래」(2011), 여성국극을 다룬 「왕자가 된 소녀들」(2012)을 기획, 제작했다. 2003년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연애 경험’에 대한 석사논문을 썼고, 2014년 ‘연예 산업’에 관한 박사논문을 썼다.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스트 크리틱』(2018), 『일상의 여성학』(2017),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2006), 『나는 페미니스트이다』(2000)를 함께 썼고,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2009)를 함께 번역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동아시아대학원 박사후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젠더 관점으로 바라본 동아시아 미디어 산업 변동, 소셜미디어 시대의 역사수정주의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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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네 기획

여자들의 자립과 예술적 성장을 돕는 플랫폼이자 커뮤니티이자 학교. 2001년부터 문화예술 강좌와 워크숍을 통해 여성들이 세상에 말 걸고 자기를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돕는 한편, 글쓰기, 영화,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여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