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추모비, 베를린장벽 추모공원, 지하 도서관, 슈톨퍼슈타이네 프로젝트, 17번 선로 …… 역사를 가장 예술적으로 기억하는 도시, 베를린으로 떠나는 여행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출판사 반비 | 발행일 2018년 12월 31일 | ISBN 979-11-8919-851-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52x200 · 240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홀로코스트 추모비, 베를린장벽 추모공원,
지하 도서관, 슈톨퍼슈타이네 프로젝트, 17번 선로 ……

역사를 가장 예술적으로 기억하는 도시,
베를린으로 떠나는 여행

조각의 역사는 시간의 파괴와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의 역사다. 돌과 쇠붙이로 만들어진 동상과 기념비는 유한한 권력의 자기과시를 넘어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정체성을 보존하며, 지난 시대의 기억을 후대에 전해준다. 우리는 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념비 형식을 고민하고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유럽에서 실현된 대표적인 기념비와 기념 공간 들을 연구한 이 책은 기념비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중요한 시대적 의미를 갖는다. —안규철(미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서울시 공공미술위원장)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은 한 번 읽고 말기엔 아까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념의 공화국’ 베를린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을 얻는다.이 책은 독일이 걸어온 길이 아니라, 독일이 걸어갈 길을 보여준다. 기념의 홍수 속에서 기억의 갈증에 시달리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조형의 언어와 인문학의 언어는 문법 자체가 다르다. 하여 줄곧 생각했다. 인문에서 조형의 세계로 향하는 가파른 길을 힘겹게 올라가기보다는, 조형에서 인문의 세계로 내려오는 것이 독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저자는 까다로운 기념과 조형의 세계를 적확하게,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일상의 언어로 설명한다. ─최호근(고려대학교 사학과 교수)

 

함께 기억하기에 대한 상상력을 넓혀주는 책
도시에 필요한 것은 여백의 공간을 지어 올리는 것

개발을 위해서라면 역사적 장소와 흔적의 파괴도 손쉽게 이뤄지는 한국의 도시들은 곧잘 집단 기억상실증에 빠져버리는 사회의 체질을 부추겨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동체의 기억(기록), 공간의 고유한 정체성, 과거를 성찰할 수 있는 도시환경의 구축에 가치를 둔 흐름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2016년 미술, 건축 분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이 출범해 도시 조형물, 공공시설, 공간 디자인의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둔 도시재생 사업들이 제안, 시행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겪으며 사회적 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을 기반으로 ‘4.16기억저장소’가 만들어졌고 ‘4.16기억교실’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 공동체가 겪은 참사를 기록하는 작업, 그 기억을 건축, 공공미술 등의 물리적 형태로 남기는 작업의 의의에 대한 인식 역시 높아졌다.
이 책의 저자는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미술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공공미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기념문화가 성숙한 독일의 수도이자 “도시 전체가 기념 공간”이라 할 만한 베를린을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한국의 기념조형물이 높이 솟은 기념탑, 위압적인 조형물, 사실적인 위인 동상처럼 여전히 권위적이고 낡은 형식에 머물러 있는 반면, 현대적이며 예술적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호흡하도록 설계된 베를린의 기념조형물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베를린의 공공미술을 찾아다니며 작품과 설치 장소의 맥락, 그곳을 찾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느끼고, 경험했다. 긴 기간 동안 여러 번 답사하면서 기념조형물들이 어떻게 유지, 관리되는지, 주변 환경과 방문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살폈다. 또한 기념조형물의 역사적 배경, 설계 의도 및 제작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다양한 문헌, 시청각 자료를 꼼꼼히 조사, 정리했다. 현재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한 기념조형물의 좋은 선례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부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한국 공공미술의 성장을 위해 오래 품어온 공공미술에 대한 생각 그리고 베를린 기념조형물 10곳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편집자 리뷰

도시는 역사를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망각에 저항하는 예술적인 방법들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은 기념조형물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기록하고 형상화했는지를 세심하게 살핀다. 이로써 하나의 예술 작품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을 발견해간다. 10가지 기념조형물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것은 때론 길바닥에 납작하게 설치된 작은 동판(「슈톨퍼슈타이네 프로젝트」)이거나, 기념비들의 숲(「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추모비」)을 이루며, 버스 정류장(「아이히만의 유대인 담당부서」)이거나, 거대한 광고판의 형식(「빛상자들」)을 취하기도 하고, 역사의 흔적을 갖가지 형태로 품고 있는 거대한 기념공원(‘베를린장벽 추모공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기념조형물이 설치된 장소와의 연관성이 뚜렷하며, 주변 풍경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맥락과의 조화(혹은 충돌)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었던 덕분이다.
이러한 특징은 틀에 박힌 상징과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베를린의 기념조형물들은 대부분 넉넉한 여백의 공간을 품은 채 설명적이거나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재한다. 이를테면 나치의 야만적인 ‘분서’ 행위를 상기시키려는 미하 울만의 기념조형물 「도서관」은 책이 불태워졌던 장소, 곧 베벨 광장의 지하에 설치되었다. 지상에는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사각형 투명 유리창만이 있을 뿐이고, 직방체의 지하 공간에는 도서관이라는 이름과 달리 텅 빈 책장만이 존재한다. 「도서관」은 기념비에 대해 흔히 기대되는 도드라진 형태, 뚜렷한 물질성을 거부한다. “책들의 시신조차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묘지 내부” 같은 작품은 분서가 행해진 곳에 남은 침묵을 상징하며, 비워내고 고요해짐으로써 유리창 위의 관찰자들이 더 오래 응시하도록, 더 많이 생각하도록 한다. 또 세계대전의 비극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소로 개조된 ‘노이헤바헤(신위병소新衛兵所)’는 건물 내부의 텅 빈 공간, 그 가운데 놓인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 청동상, 새로 낸 천창을 통한 자연 조명이라는 최소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로 인해 형성된 여백의 공간이야말로 이 건축물의 변천사에 담긴 고통을 숙고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처럼 베를린의 기념조형물이 구현한 ‘덜어냄’의 미학은 과밀한 도시에서 관조의 틈새,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베를린의 기념조형물들은 방문객 또는 시민 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념 공간이다. 홀로코스트를 기리기 위한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추모비」는 서로 다른 높이의 콘크리트 블록 2711개가 숲을 이루고 있는 형태다.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콘크리트 블록들이 슬픔, 상실감, 무수한 익명의 죽음과 같은 심상을 전하는 한편, 도심의 공원처럼 언제든지 쉽게 접근해서 그 사이를 돌아다니거나 블록 위에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추모지에서 우리는 역사를 기억, 기념하는 행위가 나의 일상 그리고 현재와 괴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기념조형물을 ‘도시의 피부에 스며드는 형식’이라 정의하며, 미적인 체험과 더불어 역사를 이해하고 사람들이 겪은 아픔과 기쁨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베를린의 공공미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어떻게 베를린의 기념조형물은 도시를 ‘기억의 예술관’으로 만들 수 있고, 역사를 기억하는 예술의 모범적인 사례로 조성될 수 있었을까. 기념조형물 설치를 논의하고 공모에서 제작까지, 진행 과정에서 배울 점이 있다. 먼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론을 형성하고 반대나 논란이 생길 경우에는 수년간의 토의가 필요하더라도 여러 주체의 의견을 모아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가령 홀로코스트 추모비의 제작 과정을 보면, 시민운동으로 설치 여론이 모아진 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위해 두 번의 공모를 진행했고, 반대 의견을 수렴해 설계안에 지하의 정보관을 추가했으며, 시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콘크리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등 준공까지 7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와 더불어 지속적인 관리와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일 재통일 후 베를린장벽의 동쪽 면에 그려진 벽화로 생겨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2009년과 2015년에 대규모 보수 작업을 진행했고, 2010년대 초에는 고급 아파트 건설 계획으로 일부 구간이 철거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관리에 드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벽화에 통제용 울타리를 쳐 분단의 상징물을 거리에서 다시 격리시키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으며, 여러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장벽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한편 나치에 희생된 이들의 이름과 출생 연도 및 추방된 연도 등의 정보를 작은 동판에 새겨 희생자의 마지막 거주지 앞 보도에 설치하는 ‘슈톨퍼슈타이네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제작된다. 이뿐 아니라, 사료를 분석하거나 희생자의 이웃을 인터뷰해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를 발굴하는 작업을 각 지역의 청년 학생들이 담당한다. 저자는 이처럼 각 기념조형물이 만들어진 과정과 이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참고할 점들을 고루 들려준다. 그렇게 저자가 안내하는 베를린 예술 기행을 따라가다 보면 기념조형물이란 고정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진행 중인 그 무엇’이라는 결론에 자연히 공감하게 된다.

목차

프롤로그: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예술적인 방식

1. 전쟁의 비극을 묵상하는 신위병소
2. 분서의 흔적, 텅 빈 도서관
3. 홀로코스트를 추모하는 풍경
4. 죽음으로 가는 역에 각인된 역사
5. 작은 역사들을 위한 길바닥 추모석
6. 히틀러에 대한 저항을 기억하라
7. 버스 정류장에 새겨진 악의 평범성
8. 냉전의 추억, 체크포인트 찰리의 빛상자들
9. 추모공원이 된 베를린장벽 지역
10. 벽화들의 축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에필로그
참고 문헌
기념조형물과 장소 목록

작가 소개

백종옥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귀국 후 미술계 현장에서 10여 년간 기획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최근 2018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로 일했다. 현재는 미술생태연구소를 운영하며 전시기획,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오래 묵혀두었던 미술에 관한 생각들을 풀어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잠과 관련된 작품들을 엮은 『잠에 취한 미술사』를 펴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