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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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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9년 11월 29일

ISBN: 979-11-90403-98-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6x205 · 428쪽

가격: 18,000원

분야 에세이, 정치, 사회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 ISBN 979-11-90403-93-1 | 가격 12,600원


책소개

그들이 산 것, 내가 팔지 않은 것
기나긴 터널 끝에서 증언하는 생존과 치유의 이야기

이것은 당신과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은 과연 성매매가 성매매 자체만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20여 년간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이 써내려간 삶의 기록이다. 저자 봄날은 열여덟 살에 성매매 업소에 유입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 업소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증언한다.
저자가 기록한 삶의 경험은 많은 한국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처하게 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가난한 집의 장녀로서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가계를 짊어져야 했던 상황, 가족 내 성차별과 아버지의 가정폭력, 청소년 여성 노동자로서 겪은 부당한 노동착취, 저개발된 지방 도시, 직장 내 성폭력과 잘못된 사건 처리, 자원이 없는 젊은 여성이 당하게 되는 성 착취.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여성들이 생애단계마다 겪게 되는 전형적인 피해의 경험들이다. 저자는 이런 경험들이 한 여성의 삶에서 어떻게 서로 얽히고 교차하면서 성매매에 유입되고 또 빠져나오기 힘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고통스러울 만큼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은 개인의 생애사를 통해서 성매매가 결코 특수하고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며, 한국 사회의 수많은 젠더 이슈들이 첨예하게 만나는 지대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세밀하게 기록한 삶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빈곤, 성차별, 노동 문제, 지역 간 격차, 남성들의 성폭력적 놀이문화 등이 성매매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당사자의 육성으로 고발하는 성매매 현장의 착취와 폭력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남성 카르텔이 자본을 불려나가는 데에 어떻게 성접대를 이용하는지 보여줬다. 최근 주거지역이나 초등학교 인근까지 퍼져 있는 오피스텔 성매매에 관해 집중 보도되며 한국 사회 곳곳에 성매매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여성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는가, 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가, 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가 하는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여 년간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다방 등 여러 업종을 전전하며 직접 겪고 목격한 성매매 현장의 구체적인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고발한다.
저자의 기록은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여성들의 발목을 잡아 탈성매매를 어렵게 만드는 선불금이 왜 불어나게 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업주들이 여성을 업소로 데려올 때 미리 주는 선불금은 1할, 많게는 2할까지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이며, 이들은 ‘영업’에 드는 모든 비용, 업소에서 입는 의상부터 강요되는 성형수술 비용까지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부담하게 한다. 더불어 미용실부터 직업소개소, 사채업자, 심지어 점집까지 성매매 업소 주변의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여성들을 착취하며 돌아가는지도 고발한다. 저자는 구매자들이 여성들에게 휘두르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 또한 낱낱이 밝힌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 돈을 냄으로써 여성의 서비스, 신체, 인격까지도 모두 ‘샀다’고 여기기 때문임을 꼬집는다. 또한 경찰을 비롯한 여러 공적 기관과 성매매 업소의 깊은 유착에 대한 고발은 여성들이 성매매 현장에서 당하는 폭력이 왜 제대로 해결되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기록한 현실은 성매매가 ‘강제냐 자발이냐’와 같은 단순한 질문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임을 알려준다. 이 책이 담고 있는 ‘현장에서 온 목소리’는 성매매를 둘러싼 다방면의 현실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논의를 발전시켜나가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목차

추천의 말

책을 펴내며 | 나는 왜 말하는가

1부 긴 터널

1장 “어떻게 성매매를 하게 되었나요?”
2장 열여덟 살에 유입된 업소
3장 바다 건너 낯선 섬으로
4장 유리방 골목
5장 “우리는 어차피 진상처리반이야.”
6장 시골의 티켓다방 아가씨로

2부 나를 다시 찾아가는 시간

7장 나의 과거에 살고 있는 업주
8장 돈으로 여성의 인격을 사는 자들
9장 얼굴 없는 여자와 얼굴 없는 남자
10장 나는 누구일까?
11장 지난날과 이별하기 위해
12장 몸이 말해주는 트라우마
13장 그녀들을 떠나보내며
14장 경험의 재해석
15장 성매매, 그리고 성폭력

에필로그 | 나는 과정 속에 서 있다


편집자 리뷰

생존자 여성이 써내려간 담담하고 힘 있는 치유의 기록

이 책은 긴 시간에 걸친 폭력 안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이 써내려간 힘 있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러 번 죽음을 생각할 만큼 앞이 보이지 않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면서도 결코 무력한 피해자로만 남아 있지 않는다. 수많은 자책과 자학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자신이 겪은 폭력을 성찰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삶을 살아낸 저자의 기록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준다.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저자가 계속해서 꾸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저자는 꿈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하염없이 걷는다. 터널 끝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한 발짝만 더 가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환하게 빛나지만 그곳으로 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긴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걸어가는 이 꿈은, 저자가 무수한 장벽과 상처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걸어온 인생과 꼭 닮아 있다. 착취가 정당화되고 당연시되는 환경 안에서도 자신이 처한 부당함을 똑바로 인식하고, 다른 여성들을 돌보고, 상처를 직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지나온 삶의 경험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에 감동적이다.
저자는 탈성매매 후에도 계속해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과거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정신적 고통의 후유증으로 아파하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며, 다른 성매매 여성들을 돌보고, 때로는 그들 인생의 마지막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아직도 과정 속에 서 있는 사람임을 힘주어 말하는 이 생존자 여성의 이야기는,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에 맞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추천사

너무나 용감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이라면 어느 한 부분 겹치지 않을 수 없는 ‘평범한’ 삶의 경험들이지만, 고통의 결들이 겹겹이 쌓이고 겹쳐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남다른’ 이야기로 직조됩니다.
가난, 가족 내 성차별, 폭력적인 아버지, 학교 중퇴, 공장 노동, 성폭력과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잘못된’ 사건 처리, 첫사랑의 아픔과 임신중절 수술, 자살 시도, 잘못된 만남과 취업사기, 돈벌이와 가족 부양을 위해 전전하는 업소, 노동 착취와 성 착취 등, 저자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생애단계마다 겪는 차별의 견고한 벽과 마주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지속적인 폭력과 학대, 모멸감과 자기비하에 좌절한 채 주저앉은 무력한 피해자로 남지 않습니다. 온몸과 정신에 새겨진 상처를 다독이고 내 탓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죽을힘을 다해 사방의 벽을 뚫고 기나긴 터널을 지나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한국 남성들의 성폭력 문화와 놀이 문화가 얽혀 있는 성매매라는 거대한 산업 구조에 압사되지 않고 살아남은 평범하되 평범하지 않은 한 여성을, 독자 여러분이 빨리 만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소소한 일상의 슬픔과 아픔을 진솔하게 길어 올리는 글솜씨를 따라가다 보면, 요리를 즐겨하고 여행과 콘서트를 좋아하는 한 여성이 어느새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기쁨과 희망의 미소가 꽃향기처럼 퍼지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이 책의 출간이 씩씩하고 당당하게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힘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지와 응원의 마음으로 함께 걸어가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이나영(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성매매 경험 당사자인 작가의 이야기는 구체적이며 담담하다. 그래서 힘이 세다. 글을 따라 읽으며 고통스러운 질문을 멈출 수 없었다. 나라면 달랐을까?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절대 그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기에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최진영(소설가)

이 책이 리얼리티 ‘소설’이었으면 했다. 그 마음은 나도 모르게 올라왔고, 이내 반성했다. 왜 나는 이 목소리를 또 지우려고 했을까. 이미 착취자와 공모자들로부터 지워지고 지워져서 꿈에서만 만나지는 존재를 살려내, 어렵게 토해낸 이 목소리를, 나는 또 어쩌자고 소설이라며 지우려 했을까. 나는 이런 내가 참담하다. 울려야 할 목소리는 흔해 빠진 수신불능자들에 의해 꾸준히 지워졌다. 그렇지 않고는 성착취 카르텔을 눈앞에 두고 ‘강제냐 자발이냐’, ‘착취냐 아니냐’를 궁금해할 수 없다. 이 불필요하며 사악한 질문이 또 떠오른다면 이 책부터 완독하기를 권한다.
―김홍미리(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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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성매매라는 차가운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사회의 품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겪은 폭력의 경험들을 재해석하며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과 함께 반성매매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고 있다.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소소한 재미 삼아 살아가고 있다. 요리, 여행, 콘서트, 반려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며, 비혼의 삶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다. 곁을 내어주며 나누어주고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