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케이틀린 도티 | 옮김 임희근

출판사 반비 | 발행일 2020년 10월 31일 | ISBN 979-11-90403-26-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10 · 244쪽 | 가격 17,500원

분야 에세이, 철학

책소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백만 구독자가 사랑한 유튜버 케이틀린 도티의
좋은 죽음을 찾아 떠난 세계 여행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 어떻게 썩고 싶은가. 어떻게 순환하고 싶은가.
낯설고도 가까운 질문들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한다.”
—이슬아(작가)

“‘나의 시체문화유산답사기’ 혹은 ‘무삭제판 론리 플래닛’이랄까.
바야흐로 ‘죽음’ 저술 분야의 가장 뜨거운 작가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이다.”
—김완(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작가)

“이 낯설고 당혹스러우며 무질서한 죽음의 풍경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넌지시 속삭이는 것 같다.
세상에 결코 단일한 애도의 방식은 없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김초엽(소설가)

장례 문화, 이것이 최선인가요?
세계 곳곳의 죽음 의례에서 대안을 찾다

괴짜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답사기’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른데, 죽음의 방식은 왜 같아야 할까? 종교가 있든 없든, 고인이 어떤 정치적 지향을 가졌든 간에 한국의 장례식은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새다. 3일 동안 남성은 상주가 되어 양복을 입고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이하며, 여성은 한복을 입고 홀을 분주히 오가며 음식을 접대한다. 과연 지금의 장례 문화가 최선일까? 매장이나 화장 외에 시신을 처리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리에게 시체는, 죽음은 어떤 의미인 걸까?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죽음을 둘러싼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20대에 화장터에 취직해 여성 장의사로 일한 경험을 담은 전작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으로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전작에서 그는 상업화, 기업화된 장례 문화와 죽음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관행이 고인을 추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관행을 넘어서기 위해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를 개설해 백만 명이 넘는 구독자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죽음 교단’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적인 죽음 의례를 연구했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그간의 노력이 담긴 ‘시체 시리즈’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 죽음을 직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좋은 죽음을 위한 구체적인 참조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케이틀린 도티는 세계 곳곳의 죽음 의례 현장으로 떠난다. 인도네시아의 마네네 의식, 볼리비아의 냐티타, 멕시코의 망자의 날 축제, 일본의 고쓰아게, 미국의 야외 화장과 자연장까지 그가 직접 목격한 지구촌 곳곳의 죽음 의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특유의 블랙유머를 구사하며, 독자를 다시 한 번 이 기이하고도 친근하며 애틋한 시체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긴 여정을 마치고 자신의 장의사로 돌아온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속한 문화권의 의례는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는 더 나은 죽음을 상상하고 선택할 권한이 있다고.

인도네시아 마네네 의식부터 미국의 자연장까지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시체를 응시하다

케이틀린 도티는 낯선 죽음 의례를 결코 혐오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무조건 예찬하는 것도 사절이다. 그는 다른 문화권의 의례를 존중하며 겸손한 태도로 장례식에 임한다. 또한 현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외부인으로서 허용 가능한 선까지 적극적으로 의례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죽음 의례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며, 시대와 갈등하고 타협하며 변화해온 역사적 산물임을 전한다.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모호한 곳으로 인도네시아, 볼리비아, 멕시코를 꼽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타라토라자에서는 미라화한 시신을 가족들이 몇 년간 돌본다. 멕시코에서 망자의 날 축제가 벌어지는 11월 1은 죽은 자가 산 자의 세상으로 넘어오는 날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축제 형식을 빌려, 죽음을 삶의 일부로 가져온다. 죽음을 두고 함께 울고 웃는 공동체의 풍경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볼리비아의 소원을 들어주는 두개골인 냐티타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주술적 존재다. 저자는 이 냐티타와 가톨릭교의 대립에 주목한다. 이 냐티타는 삶과 죽음을 축복하는 권한을 독점하려는 남성 사제로부터 여성과 민중이 그 권한을 가져오려는 시도로 본다. 평등한 죽음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은 기술과 만나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신을 퇴비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도시 죽음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들이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더해 미국의 친환경적인 시신 처리 방식으로 야외 화장과 자연장을 소개한다.
화장 후 유족들이 뼈를 추려 모으는 고쓰아게 전통을 이어나가는 한편, 화장터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시신 호텔 ‘라스텔’을 만드는 등 죽음 의례를 다방면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일본의 사례도 흥미진진하다. 이 외에도 티베트에서 독수리가 시신을 먹게끔 하는 하늘장, 고인의 두개골을 기리는 이탈리아의 폰타넬레 묘지 등 세계 곳곳의 죽음 문화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편집자 리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죽음은 무엇인가

미국의 장례 문화는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신 명의의 장의사에서 1000달러(113만 원) 이내로 자연장을 해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장이란, 화장한 후에 유해를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시신에 어떤 처리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땅에 묻는 것을 말한다. 2019년 워싱턴주에서는 시신을 퇴비화하는 방식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도시 죽음 프로젝트를 이끈 카트리나 스페이드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를 기점으로 장례식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조문은 소규모로 진행되며, 성묘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3일 내내 한산한 빈소를 지키기보다는 가족끼리 모여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가족장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부장적인 장례 문화에서 벗어나 평등한 추모 공간을 만들려면, 시신을 자연에 이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려면,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이 함께 충분히 애도하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구성원까지도 포용하는 죽음 의례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춰 보다 나은 죽음에 대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이를 일깨우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사

‘나의 시체 문화유산 답사기’ 혹은 ‘무삭제판 론리 플래닛’이랄까. 바야흐로 ‘죽음’ 저술 분야의 가장 뜨거운 작가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이다. 걸출한 장례업자 케이틀린 도티와 함께 돌아볼 행선지에는 온갖 형태의 죽음과 경이로운 사연이 즐비하다. 단언컨대 그녀는 우리가 일생을 걸쳐 한사코 다가서길 꺼리는, 죽음이라는 활화산의 최상단으로 이끄는 안내자 중에서 가장 보폭이 넓고 에두르지 않는 인물이다. 다행히 초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행간의 모퉁이마다 인류학적인 재미를, ‘죽음 제의’라는 쇼의 이면까지 깊숙이 들여다본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시적인 감동을 마련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면 함께 이 죽음의 순례에 나서자. 지혜와 용기의 뼛조각을 주워 올릴지니. 죽음의 여행지에서는 모든 하루가 뜨겁고 눈물겹다. —김완(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죽은 자의 집 청소』)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세계 곳곳의 죽음 문화를 탐구하는 기이한 여행기다. 케이틀린 도티는 시신들이 썩어 퇴비가 되는 현장으로, 미라와 수년간 동거하는 사람들의 곁으로, 두개골을 수집하는 여자들의 집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낯설고 당혹스러우며 무질서한 죽음의 풍경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넌지시 속삭이는 것 같다. 세상에 결코 단일한 애도의 방식은 없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겁에 질려 죽음을 회피하는 대신 똑바로 절망과 슬픔을 마주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도티의 제안에, 우리의 죽음 문화를 떠올려본다.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죽음 위에 쌓아 올린 규율은 충분히 죽음을 애도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기여하고 있을까.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시선이 다시 이곳을 향하는 순간이다.
—김초엽(소설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책은 왜 슬프거나 끔찍하지 않은가. 죽음에 관한 책인데, 정확히는 시체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다. 어째서 흥미롭고 우스꽝스러우며 감동적일 수 있을까. 죽음을 양지로 끌고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과 슬픔을 햇빛에 소독하려 시도하는 책이다. 현대의 장례 절차에서 시신은 재빨리 치워지기 마련이다. 남은 사람은 미처 상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사랑하는 육체와 멀어진다. 죽음을 둘러싼 산업과 전문가들의 손에 시신이 넘어가고 그 이후의 일들은 음지의 영역이자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이 책은 그러한 단절을 안타까워한다. 우리가 죽음에 자주 드나들고 죽음을 어루만지며, 친근하고 명랑하게 죽음을 곁에 둘수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장례 절차를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그래서다. 죽음을 똑바로 배우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 있다. 그들이 시신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아주 다양한 이별의 방식을 알게 된다. 수많은 사후 처리 사례를 통해 오히려 생이 무엇인지를 다시 상기한다. 장례 절차란 결국 생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과정이니까. 케이틀린 도티의 문장에서 나는 삶과 죽음의 이음새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연결하려는 정성을 본다. 그리고 유한한 내 몸을 실감한다. 내 몸은 한계가 명확한 물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도 마찬가지다. 삶은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죽음들의 총합이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바라본다. 시체 또한 사랑했던 사람을 담았던 아름다운 그릇임을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죽음을 회피하지도 않고 죽음에 사로잡히지도 않도록 돕는다.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 어떻게 썩고 싶은가. 어떻게 순환하고 싶은가. 낯설고도 가까운 질문들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한다.
—이슬아(작가, 『일간 이슬아 수필집』)

목차

들어가며

야외 화장
: 미국 콜로라도주 크레스톤

마네네 의식
: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 토라자

망자의 날 축제
: 멕시코 미초아칸

인간 재구성 프로젝트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컬로위

알티마 장의사
: 스페인 바르셀로나

고쓰아게부터 라스텔까지
: 일본 도쿄

냐티타 축제
: 볼리비아 라파스

자연장
: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슈아트리

나오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작가 소개

임희근 옮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여러 출판사에서 해외 도서 기획과 저작권 분야를 맡아 일했으며,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해외 도서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D에게 보낸 편지』, 『티베트 스님의 노 프라블럼』, 『잘 죽는다는 것』, 『분노하라』, 『인간이라는 직업』 등 다수가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