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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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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김현미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21년 2월 22일

ISBN: 979-11-91187-84-7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340쪽

가격: 17,500원

분야 문화, 대중문화, 정치, 사회


책소개

페미니즘이 삶의 태도가 될 때,
나의 일, 소비, 관계가 바뀐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이 열어주는 지금 여기, 일상의 가능성으로
페미니즘은 양비론이나 이분법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평생 가져가야 할 삶의 태도이자 세상을 보는 관점입니다. 다시 말해 누구와 무엇을 모색하며, 어떤 희망과 목적을 갖기 위해서 내 에너지를 생성하고 재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입장입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 일, 기쁜 일인지에 대한 ‘참조 체계’를 바꿔내는 과정입니다. – 본문 중에서

재난과 위기, 불안의 시대, 2030 여성 앞에 놓인 삶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최근 청년 여성들,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률 급등과 젊은 여성들의 고용 위기의 심각성, 그리고 그에 대한 침묵이 ‘조용한 학살’이라 일컬을 만하다는 진단이 크게 주목받았다. 2019년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퍼센트 이상 증가했고,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전체 자살시도자의 약 32퍼센트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또한 고용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실업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전년 대비 여성 실업자의 증가 폭이 남성의 두 배를 기록했고, 여성 구직단념자 역시 사상 최다치를 찍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재난 앞에서 서비스업, 비정규직·시간제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많이 고용되어 있는 여성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 같은 몇 가지 지표들은 재난의 불평등함뿐 아니라, 심각한 고용 불안정, 돌봄 부담, 사회적 고립감,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의 현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변화에 대한 열망은 2015년 이후의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촉발했고, 미투 운동과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탈코르셋 운동 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강조와 분리주의, 피해를 증명하고 경쟁하는 문화, 또는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 등의 논란과 과제에 부딪힌 상황이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은 현재 한국 여성들의 일, 삶, 관계를 둘러싼 복합적인 사회 구조적 조건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지들을 찾아가는 책이다. 현재 한국 청년 여성들이 처한 문제와 최근 페미니즘 논의의 한계 양쪽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담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다양한 사건과 이슈, 이론과 현장 연구, 개인적 체험, 한국 페미니스트의 역사 등을 아울러 가부장제와 신자유주의 질서가 짜놓은 틀에서 벗어난 생활 방식의 밑그림을 그려 보인다.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인 저자 김현미는 젠더 경제학, 이주,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현지조사, 심층 인터뷰 등의 방법론을 활용해 오랜 기간 여성의 일 경험을 해석해왔다. 이런 이력과 함께 청년들을 만나고 가르쳐온 경험, 시니어 페미니스트로서 관점을 밀도 있게 녹여낸 이 책은, 동시대 여성들의 불안과 고민을 세심하고 현장감 있게 다루고 있다. 동시에 노동과 소비문화, 감정과 경제, 협력과 친밀성, 일과 삶의 재배열 같은 굵직하면서도 일상과 밀접한 주제에 관한 명확하고 유쾌한 통찰을 들려준다.

소비 없이 즐기고, 회복하고, 친밀성을 쌓아가는 라이프스타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라이프스타일을 화두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없이는, 불안정 노동과 과도한 감정노동, 일터와 삶터의 분리 불가능성 속에서 20, 30대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고립감을 종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이 책이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은 각종 미디어에서 흔히 쓰이는 분류처럼 오락, 연예, 음식, 패션 등의 ‘소비’가 아니다. 여성들이 소비나 문화를 통해 자신의 감각, 쾌락, 취향에 맞는 삶의 형태를 확인하고 누리는 것이 곧 여성의 지위와 권력을 향상하는 방법이라 여기는, 소비자본주의의 확장과 함께 등장한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lifestyle feminism)’과도 다르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이란 소비에 의지하지 않고, 삶의 태도와 가치, 지향점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것을 뜻하는 ‘통합적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페미니즘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하 여성들의 일 세계는 대규모의 불안정 노동으로 채워져 있다. 많은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는 돌봄노동을 포함한 서비스업이나 문화 콘텐츠 산업 등은 주로 여러 형태의 시간제·기간제 일자리, 저평가된 비숙련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한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커리어를 쌓고 인정받기 어려운 횡단적 하향 이동을 반복하고, 이동이 잦은 일터에서 홀로 적응하기 위해 가짜 친밀성(fake intimacy)과 ‘애교’ 같은 감정노동을 수행하면서 여전한 성희롱·성폭력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이 청년들은 교육적 성취 등에서 비롯된 믿음에 따라 능력주의 신화에 더 강하게 매달린다. 이는 곧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데 집중한다는 의미인데, 그 결과는 불안이라는 감정과 심리 상태의 과잉화, 일상화, 여성화라고 할 만하다.
이런 일터에서 버티고 있는 여성들에게 안전과 회복의 감각을 불어넣는 것은 소비의 영역이다. 신자유주의 소비문화 아래 우리는 소비를 통해 개인성과 개별성을 확인하고, 쾌락과 친밀감을 향유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뒷받침 아래 각종 굿즈와 크라우펀딩에 돈을 씀으로써 사회운동과 공동체에 참여한다는 정치적 판타지도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노동과 소비의 폐쇄적 회로에 갇힌 여성들은 ‘치유적 자아’에 호소하며 점(占)부터 명상 프로그램, 심리치료, 상담 등을 순환하며 큰돈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 노동을 계속하려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의 소비자가 되어야 하는 심미노동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 책은 소비가 부추기는 초감각적인 시장 감각에서 놓여날 수 있도록 덜 소비할 때 생겨나는 기쁨과 즐거움의 감각에 다가가기를 제안한다. 향유도, 정치도, 연대도 소비로 해결하려는 태도에서 멀어져보자는 것이다. 배달 음식, 상품화된 돌봄노동을 구매하기보다, 제 손으로 음식을 하고 직접 생활 공간을 관리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아닌 내 몸의 속도에 맞는 대화와 만남, 활동을 늘리고, 여성에게 요구되는 ‘꾸밈 노동’에서 벗어나는 ‘탈코’ 운동을 소비를 줄이는 실천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1인 가구 여성들이 신혼부부 위주의 주택사업에 항의하며 ‘세금을 내는 만큼의 혜택’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라이프스타일의 사회운동화와 사회운동의 라이프스타일화”의 사례가 된다. 공기, 물, 토양 등 자연이라는 공공재의 건강과 안전, 생태위기까지 고려하는 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1강 신자유주의 경제와 여성의 일터
2강 시간의 재배열을 위한 기획들
3강 위치 이동을 위한 사유들
4강 여성 연대를 위한 실천들

나가며


편집자 리뷰

“우리는 너무 오래 내 옆에 있는 여성들을 ‘곁눈질’로 봐왔다.”
고통, 추종, 능력주의에서 벗어난 일상의 여성 연대

이 책은 여성들 간의 관계와 친밀성, 연대의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며 새로운 실천들을 제안한다. 이는 현재 많은 20, 30대 여성들이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의 원인을 밝히고, 소비와 디지털 중심으로 구성되는 관계의 특성과 한계를 분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성들 간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협력과 연대를 방해하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으로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이다)’ 패러다임, 즉 여성 동성사회(female homosocial society)의 불관용을 지적한다.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이 여성 동료나 하급자가 조직 내에서 인정받는 것을 허용치 않는 경향을 일컫는 ‘여왕벌 신드롬’이 대표적 사례다. 여러 ‘여초’ 조직을 들여다보면, 가부장적 위계가 작동하거나, 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이탈자’ 여성에게는 ‘보복’을 가하는 일이 흔히 벌어지고 있다. 의료계 ‘태움’ 논란이 보여주듯 “직장생활의 팁, 훈련,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전수되는 여초 조직의 생존 매뉴얼”은 집단적 통제로 기능한다. 이러한 현대적 관계 맺음의 특징은 페미니즘 운동과 인식에도 영향을 미쳐, 여성이라는 범주를 동질화해 결속을 드러내려는 본질주의 또는 분리주의 흐름을 낳고 있다.
한편 SNS를 기반으로 한 셀프 브랜딩, ‘마이크로 셀럽’ 문화는 온라인상의 관계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높은 긴장과 불안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구독자들의 즉각적인 열광과 비난에 24시간 연결돼 있는 ‘전시성 자아’를 부추기고, 이런 셀럽들과 자신을 비교해 실제보다 자신을 비루하게 느끼며 냉소와 분노, 피해 정서를 강화하는 ‘미니멀 자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의 틀에서 이동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은 먼저 이 동질화의 욕망이 여성 개인의 특성이 아닌 가부장적 사회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하는 일이다. 가부장제는 여성들에게 ‘실존하는 여성 개인들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가부장적 제도로부터의 인지적, 물리적, 심리적 분리가, 그리고 미니 셀럽과의 동일시, 추종주의, 지침에 복속된 생활로부터의 분리가 필요하다. 나아가 실재하는 여성뿐 아니라 동물 같은 비인간까지 포함하는 모임, 함께 놀고 나누고 대화하며 회복과 자존의 기반을 제공하는 관계, 다름 아닌 ‘능동적 자율 공동체’를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단계는 피해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만을, 또는 여성의 능력과 탁월함만을 강조하는 친밀감의 방식, 서로를 감정 배출구로 활용하는 공동체의 형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가부장 없는’ 여성들 간 관계의 원리와 윤리를 하나씩 다시 써갈 수 있다.
이 책은 내 주변의 여성들과 이방인들을 더 이상 ‘곁눈’으로 스캔하지 않고, 말 걸고 관계 맺을 용기를 건넨다. 또는 항상 가정과 노동시장, 시민사회에서 무급 가사노동자로, 잉여인력으로, 2등 시민으로 취급받는 불안정한 지위에서, 그 바닥에서부터 여성들이 자기 존재성을 설명하고 연대와 친밀성의 장들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페미니즘을 통해 일터에서의 고단함과 미래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일상을 구원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다가가는 책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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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젠더의 정치경제학, 노동, 이주,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다. 현지조사 방법론을 활용하여 여성의 일 경험을 해석해왔고, 결혼이주여성과 난민 등 한국의 다양한 이주자를 연구해왔다.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2005),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2014)를 썼고, 『친밀한 적』(2010),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2013), 『젠더와 사회』(2014),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2019), 『난민, 난민화되는 삶』(2020),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2020) 등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