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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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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어느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을 향한 지적 여정

박미소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21년 11월 5일

ISBN: 979-11-91187-96-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28x188 · 348쪽

가격: 17,000원

분야 에세이


책소개

알코올중독 당사자가 쓰는 중독에 대한 종합적인 탐색

한국 사회는 알코올중독이 가시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다. ‘중독’이 문제시되기에는 술과 너무나 친하다. 점차 변화하고는 있지만 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교, 회식 문화,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는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스스로 알코올중독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회식이나 술자리는 많이 사라졌지만 주류 구매율은 오히려 14퍼센트 증가했다. ‘혼술’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같이 마시든 혼자 마시든, 한국에서 술 좋아하는 사람은 여전히 애주가로 불린다. “나 알코올중독인가?”라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는 사람들은 많아도 치료를 받아야 할 병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잘 없다.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의 저자 박미소도 그런 ‘애주가’ 중 하나였다. 술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업계인 언론계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폭음과 과음은 일상이었고, 육아와 일의 고된 병행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친구는 부엌에 서서 들이켜는 술 한 잔이었다. 술은 힘겨운 일상을 위로해주는 안정제이자 인생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활력소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무기력에 빠진 뒤, 음주 습관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져 일상을 잡아먹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느 날 아이를 등교시키고 아침 9시 반부터 와인 한 병을 비워버린 후, 저자는 스스로 정신과를 찾았다.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는 스스로 알코올중독임을 인정한 저자가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인 동시에, 도대체 무엇이 자신의 중독을 만들었는가를 파고든 책이다. 저자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술을 멀리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뜯어고치는 등 안간힘을 쓰면서도 평생을 함께해온 술에 대한 사랑과 매혹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 한편으로 사회적, 생물학적, 환경적 맥락을 전방위로 넘나들며 긴 세월을 이어온 중독의 원인을 파악하려 애쓴다. 자신의 삶이 술과 맺어온 관계, 중독의 생물학과 심리학,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는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있는 글쓰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알코올중독 문제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로 가져와 보게 된다. 이런 관점은 의사 등 치료자가 쓴 책, 또는 한 발짝 물러나 제삼자의 시각에서 중독을 바라보는 사회서와는 다른 차원에서 알코올중독 문제를 조명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저널리스트가 파고든 중독의 과학과 심리학과 사회학

저자는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저널리스트로서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스스로를 ‘호기심 많은 술꾼’이라고 표현하는 저자가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대상에 대한 이해’였다. 저자는 어디서부터 중독의 경로가 시작되었는가를 추적하기 위해 책과 각종 학술 자료, 사회적 현상의 이면으로 들어가고, 중독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병원에서 받아든 ‘자책을 없애주는 약’ 아빌리파이와 ‘갈망을 억제해주는 약’ 날트렉손은 이 약들이 어떻게 중독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해주는지, 그렇다면 중독의 생물학적 기전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데로 이어진다. 한편 저자 자신의 삶에서 출발한 질문들은 중독의 더 넓은 사회문화적 배경을 드러내준다. 평생 술을 가까이했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반추는 중독이 생물학적 유전인지 환경적 유전인지 탐구하게끔 만든다. 10대 시절의 방황과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한 불안을 술로 해소했던 경험은 빈곤과 알코올중독의 상관관계를 조명해준다. 그런가 하면 여성들이 놓이는 위치에서 겪는 어려움이 왜 여성 특유의 알코올중독을 만들어내는지, 젊고 불안정한 여성 노동자이자 워킹맘이자 경력 단절 여성이었던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다각도로 비추어본다. 지극히 알코올 친화적인, ‘술 권하는 사회’인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과 직장 문화,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고도의 스트레스 역시 의존을 낳는 주요한 배경으로 다루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앎’이 단지 인식과 깨달음을 제공할 뿐 아니라 병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말한다. 심리적 의존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파악하면서 막연하게 두려운 존재였던 중독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게 된 것이다. 중독과 이별하며 저자는 그 인식의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술에 취해 도피하고 방치하는 대신 나 자신의 기쁨과 좌절과 괴로움과 가치관을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그것이 술보다 삶을 더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목차

프롤로그 | 나쁜 사랑의 기록

1부 술꾼, 제 발로 병원에 가다
지각 있고 상식적인 알코올중독자?
넷플릭스와 배달음식과 알코올의 나날들
중독은 아니지만 ‘매일 한 캔’은 포기 못 해!
술 끊는 약의 효과
입맛을 잃은 술꾼의 비애
단주냐 절주냐
포기할 때 잃어버리는 것들
결핍과 중독 사이에서
달리기의 기쁨과 슬픔

2부 나는 왜 마시는가
왜 그렇게 마셔대냐고 물으신다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병
이렇게 얌전히 마시는 내가 중독자일 리 없어!
완벽주의자의 하나뿐인 친구
너 자신을 알라
중독의 기원을 찾아서
중독도 유전이 되나요
중독은 무엇을 바꾸어놓는가

3부 중독을 만드는 사회
고독한 부엌의 애주가들
회식하는 여자들
불안은 여성을 잠식한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올바른 금주인의 자세
취중진상
가난은 중독에 이르는 병
이게 다 소주 탓
작작 마셔, 박 기자!
알코올중독 원더랜드

에필로그 | 또 다른 여정


편집자 리뷰

여성은 왜 술에 취하는가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는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던 ‘여성 중독자’의 형상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흔히 ‘알코올중독자’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중년 남성 중독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생각보다 많은, 보이지 않는 여성 알코올중독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겪는 경력 단절, 육아 부담, 사회적 불안 등의 경험과 알코올중독의 상관관계는 기존의 전형적인 알코올중독과 상당히 다르다.
저자의 경험에서도 알코올중독이 심화하는 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경력 단절이었다. 이른바 ‘키친 드링커’, 전업주부의 알코올중독을 다룬 챕터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그전까지 일궈온 커리어와 성취를 포기한 결과는 종종 불안감과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배우자와 분담한다고 해도 가사와 양육이 거의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전업주부는 가정 내의 존재로 고립되기 쉽다. 이런 불안과 우울을 술에 의존해 달래는 주부들은 상당히 많다. 더군다나 집 안은 여성들이 관리하는 영역이고, 직장인과 달리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에 키친 드링커들의 중독은 눈치채기 쉽지 않아 손쓰기도 어렵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중독에 쉽게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폭력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 가져오는 불안, 남성에 비해 저평가되는 상황에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완벽주의를 술이나 다른 대상에 대한 의존으로 해소하려는 여성들도 많다.
여성 고유의 경험에 관한 이 책의 분석은 ‘여성 알코올중독자’의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지금까지 남성 중독자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논의의 빈 곳을 채우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며, 무엇에든 의존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 독자들에게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보다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추천사

“술 없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요!” 단호하게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느새 술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문제는 이 베프가 내 영혼의 안방을 차지하면서 애주가가 알코올중독이 되어버린다는 것. 낙동강 물이 흘러 바닷물이 되고 순식간에 망망대해로 휩쓸려 가버렸던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그 포인트가 보인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20년 베프였던 술과 보낸 애증의 시간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고백한 책을 읽다 보면 이제 헤어지기로 선언한 저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응원하게 된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읽고 나면 술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하지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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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소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2007년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기자로 입사했다. 《월간중앙》, 《이코노미스트》, 《중앙일보》산업부에서 10년간 기자로 일했다. 이후 EBS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일평생 술꾼으로 살아오던 것이 병으로 발전되어버린 2020년 봄,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고자 제 발로 병원을 찾았다. 그 치료 과정에서 생긴 의문들, 알코올중독은 어떤 병인지, 왜 나는 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 사회는 왜 알코올친화적인지에 관해 나누고자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