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eufelskoche: An den heißesten Herden der Welt
글 후안 모레노, 미르코 탈리에르초 | 옮김 장혜경 | 감수 박찬일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3년 12월 24일
ISBN: 978-89-8371-635-4
패키지: 반양장 · 330쪽
가격: 20,000원
시위 현장에서, 문화유산에서, 쓰레기장에서, 감옥에서…
일용할 양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에게 삶과 음식의 의미를 묻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 세계 방방곡곡 17인의 요리사는 삶과 요리 방식, 음식 철학 자체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이다. 산뜻한 유머, 새콤한 기발함, 달콤한 재미, 짭짤한 눈물, 매콤한 아이러니, 뒷골을 짜릿하게 만드는 기이한 인생 역정이 다채롭고 화려한 향연을 펼쳐 보인다. —성석제(소설가)
요리사들의 한마디는 오래도록 가슴에 아프게 남는다. 음식과 요리란 결국 우리가 사는 시궁창 같은 세상의 복사판이라는 것을, 이 책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박찬일(요리사)
겉멋도, 수줍음도 없이 오직 일용할 음식만을 만드는 진짜 요리사들
그들을 찾아 떠난 유쾌하고 호탕한 오디세이!
세상에 요리는 많고, 요리사는 더욱 많다. 두메산골이든, 사막이든, 심지어 감옥이든 사람의 그림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음식이 있고 그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있다. 요리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소재가 없다면, 요리사에게도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환경이 독특할수록, 거기서 일하는 요리사 역시 남다른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 후안 모레노는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이야기를 간직한 개성 넘치는 요리사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미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나라와 국적을 불문하고 저자가 발굴한 요리사의 리스트는 화려하다. 텍사스 교도소에서 200명의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준 요리사가 있는가 하면, 알프스의 두메산골에 있는 700년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요리하는 할머니도 있고, 반핵 시위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위자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있다.
이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는 세상의 어느 화려한 요리보다도 더욱 흥미진진하다. 이들의 주방에서는 가족에 대한 애증, 친구와의 우정, 가난의 추억, 이룬 줄 알았던 꿈과 뒤늦게 알게 된 인생의 진실들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동안, 요리와 인생은 어느새 한 덩어리가 되어 페이소스 가득한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그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한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주방에서 최선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에 관한 책이자, 그들이 주방에서 완성해낸 인생의 깊이에 관한 책이다.
추천의 말
프롤로그
1 프랭크 펠레그리노 | 뉴욕, 미국 | ‘라오스’ 셰프
마피아의 추억을 간직한 뉴욕의 레스토랑 주인
2 오톤데 오데라 | 우간다
우간다의 검은 히틀러, 이디 아민의 전속 요리사
3 빈센트 클린크 |슈투트가르트, 독일 | ‘빌란츠회에’ 셰프
자연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똑똑한 요리사
4 밤 카트 | 브란덴부르크, 독일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5 오타비아 파서 | 뮈슈타이르, 스위스 | ‘카사 칼라바이나’ 셰프
알프스 두메산골의 700년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요리하는 할머니
6 제라르도 아데소 | 뮌헨, 독일 | ‘일 가토파르도’ 셰프
한 번도 요리책을 본 적 없지만 감옥에서도 요리를 쉬지 않는 천재
7 페이스 무토니 | 나이로비, 케냐
나이로비 최대의 쓰레기장 안에 레스토랑을 연 여인
8 파스콸레 탈리에르초 | 이스키아, 이탈리아
요리 실력과 허풍 실력을 겸비한 요리사
9 니하드 마멜레지야 | 사라예보,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군인으로 싸우다 봅슬레이로 탈출한 요리사
②개성만점 요리사들이 들려주는, 요리와 인생에 대한 비범한 통찰들!
저자는 이 개성 넘치는 요리사들을 찾아가 요리 레시피의 비밀을 캐묻는 대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다양한 인생 역정을 거쳐 온 이들 요리사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요리란 요리사의 꿈과 가치관, 무엇보다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임을 새삼 깨우쳐준다.
요리로 표현하는 삶의 원칙과 소신
어떤 요리사들에게 요리란 인생의 원칙과 소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이들에게 요리는 결코 삶의 원칙과 분리되지 않는다. 시위 현장에서 요리하는 밤 카트가 대표적이다. 밤 카트는 채식주의자다. 수십 년간 요리를 했지만 스테이크가 어떤 맛이 나는지 알지 못한다. 고기는 먹어본 적도, 요리해본 적도 없다. 원칙주의자인 그에게 요리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밤 카트는 늘 이렇게 주장한다. 밥이 없으면 혁명도 없다. 그의 인생 모토는 이 한마디에 압축되어 있다. “모두가 피델 카스트로가 될 수는 없어요. 감자 껍질을 벗길 사람도 있어야죠.”
독일에서 꽤 성공한 축에 드는 요리사 빈센트 클린크도 요리사의 사명에 누구보다도 충실하다. 이름난 요리사들이 슈퍼마켓 광고에 출연하는 것에 분개하는 그는 “콘플레이크를 먹을 바에는 그 포장지를 먹어라. 그게 건강에 더 좋다.”고 일갈한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추억이 서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랭크 펠레그리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리이다. 마돈나도 빌 클린턴도 그의 식당에서 테이블을 얻지 못했다. 주인의 친구들로 식당이 향후 몇 년간 예약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유명 인사들을 대접하자고 먼저 예약한 친구들의 식탁을 빼앗는 것은 의리가 아니다. 물론 가끔 예외는 있다. 펠레그리노는 그 예외의 기준을 이렇게 설명한다. “단기 예약도 받아요. 현직 대통령이나 교황처럼 높으신 분의 경우에는.”
요리가 가져다준 인생의 반전과 행운들
어떤 이들에게 요리는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뜻밖의 행운을 움켜쥐고 인생 역전의 기회를 포착한 롤러코스터 요리 인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더욱 각별하다.
우간다의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오톤데 오데라는 어린 시절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다. 음식에 양념을 하면 더 맛있어진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하지만 우연히 배운 서양 요리로 국회의사당까지 진출했고 큰돈도 벌었다. 독재자를 위해 일했다는 낙인은 그 행운에 딸려온 부산물이다.
요리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동네에서 태어난 니하드 마멜레지야는 남자답게 군인이 된 뒤에야 요리사의 꿈을 자각했다. 그 때문에 보스니아 내전에서 끔찍한 전투를 치른 후에 요리사가 될 수 있었다. 그는 보스니아에서 가장 성공한 요리사이자,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요리사 중 가장 과묵한 요리사다. 그는 고든 램지 같은,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한 텔레비전 요리사들이 흔히 쓰는 ‘전쟁 같은 주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진짜 전쟁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를 보고 있으면 “고든 램지 같은 요리사는 펑크족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술회한다.
스페인 식당 주인 토리비오 안타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하나로 단숨에 스타가 된 경우이다. 투우 경기 중에 죽은 소꼬리로 요리를 만들어 팔겠다는 아이디어였다. 맛은 별로 없지만 스페인에는 투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에 이 요리는 불티나게 팔렸다.
독일의 천재 요리사 후안 아마도르는 어렵게 획득한 미슐랭 별 3개를 앞세워 전 세계의 돈을 긁어모은다. 그는 단언한다. “별 3개 식당으로 돈을 못 번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별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지 않기 위해, 그는 ‘이 빌어먹을 주방’에서 나갈 날 또한 꿈꾼다.
요리라는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
간절히 원하지는 않았으되, 그저 운명처럼 요리사가 된 이들도 있다. 이들은 그저 자신 앞에 놓인 삶을, 삼시 세 끼를 만들듯 묵묵히 이어간다. 나이로비 최대의 쓰레기장에서 매일 똑같은 음식만 만드는 페이스 무토니에게, 요리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운명이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 먹고살려면 매일 음식을 해서 팔아야 한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와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며 찬사를 쏟아내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오타비아 파서는 그런 기자들의 호들갑에 시큰둥해한다. 정작 파서는 전원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두메산골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서 평생 거기 머물렀을 뿐이다.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 옛날 방식 그대로 요리할 뿐이다.
텍사스 교도소에서 10년 가까이 200명이 넘는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음식을 만들어주었던 브라이언 프라이스에게도, 그것이 운명이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이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주었던,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