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시인부터 정치인, 경제학자, 도서관장, 아나운서까지 각 분야를 대표하는 17인의 탐서가가 다시 읽고 기록한, 어린이 문학의 황홀한 고전들!
부제: 우리 시대 탐서가들의 세계 명작 다시 읽기
글 정혜윤, 안미란, 김혜리, 이정모, 이용훈, 고민정, 황경신, 우석훈, 김진애, 김응교 , 오영욱, 장석준, 류동민, 권오준, 김용언, 안소영, 홍한별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4년 5월 2일
ISBN: 978-89-837-1668-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6x208 · 244쪽
가격: 15,000원
분야 에세이
건축가 김진애,오영욱, 서울도서관장 이용훈, 라디오 피디 정혜윤, 경제학자 우석훈, 아나운서 고민정, 소설가 황경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탐서가들이 동화책을 한 권씩 손에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플랜더스의 개』, 『비밀의 정원』, 『어린 왕자』, 『인어 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서가 깊은 곳에서 ‘내 인생의 동화’라 할 작품들을 꺼내온 저자들은 오랜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화와 함께 성장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어렸던 나와 다시금 마주하면서, 그때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발견하는 과정을 글에 담았다.
유년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까? 동화를 읽으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저자들은, 결코 ‘추억의 복원’만이 두 번째 독서의 유일한 매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명작 동화들은 어른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며, 고단한 시간을 감내하는 용기를 북돋워준다. 특히 동화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런 가르침을 전해주어,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아련한 시간 여행 끝에 저자들이 발견한 것은 어른의 영혼도 또 한 번 성장시키는, 위대한 고전의 힘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동화의 힘은 더욱 빛난다. 동화는 우리를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데려가,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와, 세상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며, 근본적인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
① 우리 시대 교양인들이 꼽은, 영혼을 완성한 동화들!
우리는 모두 동화를 먹고 자란다. 동화는 그 자체로 우리의 성장기이다. 그래서 동화를 다시 읽는 것은, 그 동화에 새겨진 성장의 발자취를 다시금 되짚어 추억하는 일과 같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저술가, 독서가들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각별한 동화들을 다시 읽으며, 어떻게 동화와 함께 성숙했고, 세상의 진리를 깨쳤으며, 마침내 지금과 같은 모습의 어른이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건축가로, 18대 국회의원으로, 20여 권의 저술가로,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며 ‘김진애너지’라는 별명을 얻은 김진애 인간도시컨센서스 대표는 중학생 시절, 자신과 꼭 닮은 씩씩한 소녀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에 환호했다. 앤은 인생이란 꽤 긴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로 의미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인생의 중요한 시기마다 『앤』 시리즈 10권을 꺼내 읽는다.
과학자인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에게 『플랜더스의 개』는 ‘감동의 눈물’이란 것을 가르쳐준 책이다. 이 관장은 해태 우유와 함께 배달된 만화책 『플랜더스의 개』를 통해 넬로와 파트라슈를 처음 만났다. 제 몸으로 둑을 막아 마을을 구해낸 ‘네덜란드 소년’처럼 위대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고작 그림 한 점을 보려다가 죽은 가난한 아이 이야기인데, 소년 이정모는 생애 처음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도 이 관장의 마음속에 『플랜더스의 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 있다.
영화 기자 김혜리에게 『보리와 임금님』은 최초의 솔 메이트였다. 친구 사귀는 기술이 서툰 여자아이에게 이 책은 마음속의 단짝이 되어 소속감과 지지를 주었고, 기자가 된 훗날까지 ‘좋은 서사와 캐릭터의 원형’을 선물해주었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사서가 직업이지만 정작 어릴 때에는 책이 부족한 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책뿐 아니라,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소년은 그저 바깥에 나가 뛰어놀았다. 우연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빌려 읽은 『꿈을 찍는 사진관』은 지금껏 기억나는 몇 안 되는 귀한 동화이다.
소설가 황경신에게 『어린 왕자』는 여덟 살 때에 놀러 갔던 외갓집 풍경과 함께 남아 있다. 낮잠을 자다 깨어 우연히 들어간 창고 안에서 책을 발견하고, 앉은 자리에게 다 읽었던 기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풍경은 고스란히 마음에 담겨 있다가, 훗날 사랑에 대한 중요한 진리를 깨우쳐 주었다.
CBS 프로듀서이자 서평가인 정혜윤에게 『톰 소여의 모험』은 초등학교 시절, 서울에서 전학 왔던 얼굴이 하얀 소년을 떠오르게 한다. 훗날 정혜윤은 자신의 책을 쓰면서, 다정한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그가 최초의 책 스승이었다는 것을 이해했다.
② 고전 텍스트를 두 번째 유영할 때 얻게 되는 놀라운 것들!
어린 시절에는 온몸으로 책을 읽지만, 그렇다고 그 책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용으로 간추린 요약본을 읽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경험 세계로는 다 소화할 수 없는 내용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문장이라도 어른의 입장이 된 지금에는 다르게 읽히기도 한다. 저자들은 유년 시절, 자신을 사로잡았던 동화를 원전으로 다시 읽으며, 이야기의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교훈을 발견하고, 또 다른 감동을 얻는다.
원전은 축약본에서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말해준다. 작가 안소영이 어린 시절 읽었던 『장 발장』은 의문만을 남겨주었던 책이다. 착한 장 발장이 왜 은촛대를 훔쳤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소녀는, 그로부터 20여 년 후 원전이 되는 『레 미제라블』을 다시 읽으며, 비로소 의문을 풀었다. 그리고 삶의 고난이 성장의 토양이 될 수도 있음에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어른이 되어 알게 된 여러 지식들이 보태지면서, 동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경제학자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문학적 반격을 예리하게 읽어낸다. 구두쇠 스크루지의 개과천선이라는 단순한 스토리에 숨은,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노동당 부대표 장석준은 한때 『15소년 표류기』에 열광하며 ‘체어먼 공화국의 시민권을 발급받고자 열망했던 소년’이었다. 하지만 다시 읽은 『15소년 표류기』에서 노골적인 인종주의와 제국주의, 남녀차별을 발견한 뒤, 이 책에 비판적 거리를 두고자 한다. 그리고 어떻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어른이 되고자 한다.
같은 문장이 이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나운서 고민정의 기억 속에 『인어 공주』는 그저 착하고 어여쁜 캐릭터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인어 공주는 포근한 바다의 품을 떠나 외롭고 거친 세상살이에 나서야 하는 인물로 읽힌다. 하지만 새로 읽은 원전에서 인어 공주가 사랑을 통해 불멸의 영혼을 얻는 장면을 본 뒤, 여전히 사랑을 긍정할 수 있다는 위안 또한 얻는다.
번역가 홍한별에게 『빨간 구두』의 함의는 이제 전혀 다르게 읽힌다. 어린 시절에 『빨간 구두』는 탐나도록 아름다운 것에 대한, 두려울 만큼 커다란 동경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빨간 구두』는 소비 사회의 욕망처럼 다가온다.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오영욱(오기사)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새삼 자신이 상상력이 결핍된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을 통해 상상력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동화 두 번째 읽기를 통해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고전의 힘이다. 명작 동화들은 그 어느 책보다도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인생과 세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주고, 지켜가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알려주며, 더 아름답게 나이 들도록 응원해준다. 동화는 “나를 퇴행시킴으로써 재무장”(김혜리)시키기도 하고, “막막하고 무기력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이라 할지라도, 손에 쥔 모래알처럼 의미 없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안소영) 가르쳐주기도 한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권오준)는 구절은 여전히 진리이며, 어른에게도 여전히 “기적과 마법의 순간”(김용언)은 필요하다.
프롤로그를 대신하여
최초의 아름다움, 최초의 윤리에 대하여
1부 유년의 영혼은 명작과 함께 성장한다
1. 보리와 임금님|한 번도 괴물을 마주치지 않은 것처럼
2. 플랜더스의 개 |우리 세상도 넬로와 파트라슈가 살던 세상과 다르지 않다
3. 레 미제라블 |고단한 이들에게 주는 위안과 용기
4. 앤 시리즈 |콤플렉스와 자존심은 우리의 힘
5. 비밀의 정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기적과 마법의 순간
2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인생의 진실들
6. 어린 왕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의미를 찾지 않는다
7. 크리스마스 캐럴 |가난한 솔로를 위한 크리스마스 판타지
8. 몽실 언니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몽실 언니들을 위하여
9. 15소년 표류기 |15소년이 남긴 뜻밖의 근본적 물음들
10. 빨간 구두 |순수를 위반하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다음
11. 키다리 아저씨 |독서와 사랑은 발명되는 것이다
3부 더 힘세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살기 위하여
12. 인어 공주 |이 깊은 외로움이 끝나지 않는다 해도
13. 꿈을 찍는 사진관 |간절한 그리움과 새로운 꿈을 찾아서
1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상상력이 너를 구원할 거야
15. 갈매기의 꿈 |인간에게는 누구나 초월적인 힘이 있다
16. 정본 윤동주 전집 |윤동주의 동시가 펼쳐내는 영원하고 순수한 세계
어쨌든 저는 인어 공주도 아니고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인어 공주』를 계속 읽겠습니다. 뭔가를 얻기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니까요. 저는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는 아니지만 『빨간 망토』를 계속 읽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친절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내는 늑대가 우글거리니까요. 저는 아기 돼지는 아니지만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읽겠습니다. 내 집을 부서뜨리거나 나를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늑대가 우글거리니까요. 제가 드라큘라는 아니지만 『드라큘라』를 읽겠습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혼이 없으면 남들의 피나 빨아먹고 살 수밖에 없단 걸 알려주니까요.(14~15쪽 / 정혜윤)
사회인이 되어 영화에 관한 기사를 쓰고 인터뷰를 통해 글로 인물을 스케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서는, 내 잠재의식에 입력된 좋은 서사와 대사의 조건, 존중할 만한 인간상, 매혹적인 자연 이미지의 원형이 엘리너 파전의 이야기와 에드워드 아디존의 그림에 얼마나 많이 빚지고 있는지 발견하고는 이따금 소스라친다.(32쪽 / 김혜리)
이제 중학생이 되는 작은딸에게 『플랜더스의 개』를 만화책과 만화영화 그리고 동화책 가운데 어느 걸로 권할지 묻는다면 나는 기꺼이 동화책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책의 결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을 딸에게 이렇게 말해줄 거다. “우리 세상도 넬로와 파트라슈가 살던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아. 그리고 이젠 너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을 때가 됐단다.”(51쪽 / 이정모)
이 대목을 보며 나도 지난날 겪어야만 했던 가난이 떠올랐다. 방방이 불을 때지 못해 온 식구가 한 방에 모여 지내던 때, 연탄 대신 아버지의 낡은 잡지를 넣고 태우며 내쉬던 엄마의 한숨, 간식인 줄 알았으나 주식이 되어버린 감자, 교복 자유화로 온통 밤색인 교복들 틈에 홀로 언니에게 물려 입은 검정색 교복 외투의 두드러지던 빛깔……. 마리우스의 가난과, 이를 전하는 빅토르 위고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막막하고 무기력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이라 할지라도, 손에 쥔 모래알처럼 의미 없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진지한 성찰로 스스로의 존엄함을 지키고, 때로 그 환경을 바꾸어버리는 이도 인간 자신인 것이다.(59~60쪽 / 안소영)
『앤』 이야기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앤이라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어떤 소녀든, 어떤 여자든 앤에게 금방 친밀감을 느끼고 동질감까지도 갖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앤의 콤플렉스에 절절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홍당무 같은 빨강머리, 얼굴 가득한 주근깨가 아니더라도 외모 콤플렉스를 갖는 것은 모든 소녀의 ‘권리’이기조차 하지 않은가.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다는 심정, 누구도 날 좋아해주지 않을 듯한 외로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답답함 등 앤의 열등감과 고독감과 불안에 공감하지 않을 소녀가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앤은 고아이기까지 하니 말이다.(74~75쪽 / 김진애)
아름다운 삶은 원래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비극으로 점철된 삶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아름답게 바꿔나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며, 그렇게 얻어진 행복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가치를 획득한다. 어른들은 메리와 디콘, 콜린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진리를 깨닫게 된다. 아이가 어른을, 그리고 스스로를 둘러싼 좁고 편협한 세계를 변화시킨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법의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것이다.(92~93쪽 / 김용언)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의미를 찾지 않는다. 세계는 오직 사랑 안에서 생성되며, 오직 사랑의 법칙만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 세계 안에서는 꽃이 말을 걸고 두레박이 노래를 부르고 사막이 그리움으로 출렁인다. 단 한 사람에 의해 밤하늘의 별들이 한꺼번에 울다가 한꺼번에 웃는다. 우리 모두, 한때 그런 세계에서 살았다. “불과 삼사 년 만에 거장처럼 그리는 법을 배웠지만,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기까지 일생이 걸렸다.”고 피카소가 말했다. 일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 그날 그 풍경 속으로 우연히 걸어 들어온 어린 왕자를, 그 모습 그대로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그토록 무모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107쪽 / 황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