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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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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재건축 열풍에서 아파트 민주주의까지, 인류학자의 아파트 탐사기

정헌목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ISBN: 978-89-8371-893-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8x198 · 384쪽

가격: 18,000원

분야 정치, 사회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8년 1월 19일 | ISBN 978-89-8371-748-1 | 가격 12,500원


책소개

재건축의 희망과 집값 불안의 한복판,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전환기의 아파트 거주 공동체를 이토록 세밀하게 짚어볼 수 있는 것은
인류학자 정헌목의 꼼꼼하고 성실한 시선 덕분이다.”—박해천(『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 저자)

“이 책은 아파트가 아니라 거기 살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애정 어린 통찰이다.”—조형근(사회학자,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동시대 한국 사회 욕망과 희망의 집합체,
아파트 단지의 민낯을 낱낱이 들여다본 최초의 인류학 보고서

단순히 주택 유형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형태로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선망의 대상이자 비판의 대상이기도 한 아파트. 아파트는 수십 년간 가장 주요한 자산증식 수단이자 많은 이들이 중산층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준 동시에, ‘집단이기주의의 온상’ 혹은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비판받아왔다. 최근 몇 해 사이에 아파트 단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아파트가 지닌 사회문화적 함의에 대한 분석, 중산층을 형성한 장치로서 아파트를 살펴보는 논의, 소통을 제약하는 아파트 단지의 구조에 대한 비판 등을 담은 의미 있는 단행본이 여럿 출간되었고, 정책적 차원에서도 아파트의 문제점을 넘어서고자 하는 ‘마을공동체’와 같은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는 한국의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 속내를 낱낱이 들여다본 최초의 책이다. 인류학자 정헌목은 수도권의 한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서 2년여의 시간 동안 현장연구를 수행했다. 책의 무대인, ‘성일 노블하이츠’라는 가명으로 등장하는 아파트는 과거 ‘성일주공아파트’(역시 가명)가 있던 10만여 평 부지를 재건축해 지어진 90여개 동 9000가구의 대단지다. 이곳에서 저자는 입주민들을 만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각종 자생단체의 활동을 비롯해 단지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종다양한 사건들을 관찰하고, 재건축이 시작되던 2005년부터 8년여 간 온라인 입주민 카페에 축적된 수만 건의 게시물과 댓글을 모두 읽으며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전개된 입주민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꼼꼼하고 치밀한 관찰과 기록을 통해 ‘수도권 브랜드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에서의 삶의 양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책은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 대해 당위적, 규범적 관점이나 가치판단을 접어두고 실제 삶의 현장 그 자체를 바라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 도시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아파트 단지에 거주한다. 지금껏 지적되어온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가 여전히 가장 인기가 많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주거를 둘러싼 사람들의 실제 욕망과 실천을 직시해야 한다. 인류학 현장연구의 미덕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은, ‘광고 화면 속이 아닌 실제 아파트에서의 삶은 무엇인가? 입주민들의 욕망은 실제 삶에서 어떻게 실현되거나 좌절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생생한 대답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1장 브랜드 아파트 단지의 인류학
모더니즘 건축의 이상과 아파트 | 아파트에 대한 열광과 비판 | 부동산 하락기와 아파트에서의 ‘삶’ | 브랜드 아파트 단지의 인류학자

2장 마포아파트에서 타워팰리스까지
한국 아파트의 역사: ‘아파트 단지’라는 표준의 탄생 | 모델의 형성: 근린주구와 모델하우스 | 아파트 단지 확산의 정치적 배경 | ‘신중산층’의 형성 | 브랜드 아파트 시대 | 성일 노블하이츠의 경관

3장 입주 이전: 재건축 사업 열풍과 아파트의 가치
다양한 욕망의 경합과 충돌 | 2000년대 초 아파트 시장과 재건축 열풍 | 성일주공아파트 재건축의 동학 | 재건축조합 비리와 입주자협의회 활동

4장 입주 이후: 아파트의 또 다른 가치와 공동체성 증진
편안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 | 브랜드 아파트 단지의 ‘장점’ | 무관심의 문화 | 발로 뛰는 새로운 ‘조직’의 등장 | 부동산 경기 하락기, 생활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의 부상

5장 공동체가 드러나는 뜻밖의 순간: 단지 내 어린이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안전한 단지라는 믿음 | 믿음의 균열: 어린이 사망 사건의 발생 | 사건의 전개와 주민들의 대응 | 사고의 원인과 새로운 공동체성의 가시화 | ‘아파트 공동체’의 현실과 잠재성

후기: 아파트 단지 거주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참고문헌


편집자 리뷰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라는 한국 사회 삶의 표준이 만들어지기까지

단지를 둘러싼 담장, 입구를 통제하는 경비초소와 차단기, 고층 아파트 건물 사이의 정원 같은 조경, 단지 내부에 자리한 각종 상가와 초등학교. 한국의 도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의 일관된 특징들이다. 한국 사회에 도입된 이래, 대량 공급을 위한 획일적인 공간배치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선호하는 주거형태가 되며 일종의 ‘삶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표준은 ‘아파트 단지’라는 외적 형태뿐 아니라 그 안에서 구성되는 삶의 양식까지 포함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를 살피는 한편, 아파트 단지에 대한 선호가 형성되어온 사회적 맥락을 짚어나간다. 이야기는 브랜드 아파트의 직계조상이라 할 수 있는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에서 출발한다. 이후 생활양식의 근대화를 꾀하려는 권력의 의지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시민아파트들이 지어지지만, 부실공사로 인한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나며 한국의 아파트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는 ‘단지’라는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한강맨션과 반포아파트가 지어진 1970년대에 이르러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모델하우스를 통한 선분양 관행과 단지 안에서 생활의 편의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근린주구 개념이라는 모델을 보편화하게 된다.
이어서 저자는 아파트 단지가 1980년대와 1990년대 엄청난 규모로 확산되게 된 정치적 배경을 짚는 동시에, 이 시기를 거치며 아파트가 실제로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0년을 전후해 30세 미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원하는 주택 형태로 아파트를 꼽게 되는 등,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점점 더 선호하게 된 데는 객관적인 이유와 원인들이 있었다. 입식 부엌, 수세식 화장실 등 아파트를 통해 소개된 서구식 생활양식은 실생활의 편리로 다가왔고, 아파트는 이웃의 시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나 핵가족에 적합한 공간 배치 등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구별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훌륭한 매개물이었다. 게다가 편리함과 효율성, 안전함, 쾌적함이라는 부인하기 어려운 이점도 있다. 아파트와 관련한 각종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고유의 공간 논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인의 욕망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아파트에서 공동체적 삶이 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파트 단지에 혼재하는 주거공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찰하는 책이기도 하다. 고도성장기의 아파트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재산증식 수단이었다.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과 지속적인 신규 아파트 단지 공급 정책 이래, 많은 이들이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규 분양을 받고 수년 뒤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은 ‘성공담’을 남겼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이런 성공담은 수십 년간 아파트 매매를 가장 일반적인 재산증식 모델로 각인시켰다. 당시 아파트의 가치란 의심의 여지 없이 경제적 가치를 뜻했다.
그런데 뉴노멀이라고도 불리는,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전개된 구조적 변화는 이런 전제를 흔들었다. 2017년 내내 아파트 가격은 급격히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저성장 고령화라는 장기적인 추세에 정부의 강력한 규제 의지가 더해져, 아파트를 통한 자산 증식이 예전처럼 잘 작동하리라는 기대는 불투명해졌다.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가 기록한 성일 노블하이츠 주민들의 모습은 이처럼 변화하는 구조 속에서 아파트의 여러 가치들, 즉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안전, 개인주의, 생활의 편리함 같은 또 다른 가치들이 공존하거나 경합하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재건축 과정에서 향후 매매가를 높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쓴 입주민들에게 ‘가치 있는 아파트’는 물론 부동산을 의미했다. 하지만 입주 이후 이들이 경험하게 된 아파트는 생활공간, 삶을 영위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단지 곳곳을 순찰하며 하자를 점검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리를 밝혀내려 한 일부 입주민들의 활동은 경제적 가치만큼이나 아파트 단지의 ‘삶의 터전’이라는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만 이런 주거 형태에서는 거주자들이 거주지의 전체적인 작동에 눈을 감는 ‘무관심의 문화’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임차가구의 낮은 정주성(성일의 경우 3.3년)은 이런 문화를 더욱 확산시킨다. 하지만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입주민들은 어떤 놀랍고도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공동체가 출현하는 순간을 발견한다.
그간 아파트 단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민관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전통적인 방식의 공동체를 되살리려는 접근도 있다. 각 지자체에서 추진한 ‘공동주택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사업’과 같은 접근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에는 단지 아파트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재건축을 앞둔 단지 아파트에서의 삶의 흔적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 책은 이런 다양한 시도들을 근본적으로 성찰해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추천사

고도성장기, 한국의 아파트는 도시 중산층을 양산해내던 장치 중 하나였다.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는 2010년대 초반 수도권의 재건축 브랜드 아파트 단지를 관찰 대상으로 삼아, 이제 막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중산층의 모습을 살펴본다. 전환기의 아파트 거주 공동체를 둘러싼 상이한 가치들의 경합과 충돌을 이토록 세밀하게 짚어볼 수 있는 것은 인류학자 정헌목의 꼼꼼하고 성실한 시선 덕분이다.—박해천(『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 저자, 동양대학교 조교수)

한국인은 아파트에서 산다. 거기 살거나 그곳을 꿈꾼다. 나 역시. 삶의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아파트가 아니라 거기 살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애정 어린 통찰이다. 인간에 대한 학문, 인류학의 힘과 매력을 느낀다.—조형근(사회학자,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전국 가구의 50퍼센트, 도시 가구의 70퍼센트가 산다는 아파트. 그곳 주민/국민들이 만들어내는 근대성의 빛깔은 어떤 것일까? 아파트 단지는 무관심의 문화를 넘어 공동체적 삶을 생산해내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를 위한 노력은 집단이기주의를 넘어 시민적 공공성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조한혜정(문화인류학자,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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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목

도시공간과 주거, 공동체를 연구하는 인류학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마르크 오제, 비장소』, 주요 논문으로 「게이티드 커뮤니티의 공간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함의」, 「도시 이벤트를 활용한 도시 지역공동체 형성의 과제」, 「‘스타’ 게이머 팬클럽을 통해 본 e-스포츠 팬덤의 형성과정과 특성」 등이 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와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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