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나의 서양 미술 순례』 이후 30년, 서경식이 다시 찾은 인문학의 고향 이탈리아!
글 서경식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8년 1월 12일
ISBN: 978-89-8371-015-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28x188 · 348쪽
가격: 18,000원
분야 에세이
발행일 2018년 2월 9일 | ISBN 978-89-8371-753-5 | 가격 13,000원
디아스포라 에세이스트 서경식이 다시 찾은 인문학의 고향 이탈리아!
“‘기행’인 이상 단순히 인문적인 사실과 현상에 대한 고찰에 머물지 않고, 설령 단편적이라 할지라도 직접 찾아가 그 지역의 풍토를 온몸으로 느끼며 과거와 미래로 상상을 펼쳐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이 책은 ‘나’라는 인간이 몇 번씩 찾아갔던 ‘이탈리아’라는 장소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보았던 인간을 향한 마음의 기록이다. 당연히 ‘나’의 주관적인 프리즘을 통해서 본 이미지이며, ‘이탈리아’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나’를 말하는 것에 다름없다.
아아, 이탈리아. 항상 나를 지치게 만드는 이탈리아.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이제 다시는 갈 일은 없을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이탈리아. 그렇지만 잠시 시간이 흐르면 잊기 어려운 추억이 되어 반복해서 되살아나는 이탈리아. 이런 생각은 인간 그 자체를 향한 애증과도 어딘가 닮았다.”
—저자의 말 중에서
미켈란젤로에서 마리노 마리니, 단테에서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까지,
이탈리아에서 인문주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탐색하다
이 책은 저자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예술작품을 만나고 생각한 바를 기록한 여행 에세이이다. 저자의 이탈리아에 대한 열렬한 관심은 전작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미 알 만한 것이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작가인 프리모 레비의 삶을 조명한 에세이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상을 수상한 바 있고, 카라바조, 단테, 미켈란젤로, 나탈리 긴츠부르그, 레오네 긴츠부르그 등 이탈리아의 여러 작가와 예술가를 소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써왔다.
하지만 이 책에 엮인 내용은 조금 특별하다. 이탈리아 유대인의 역사, 1,2차 세계대전 시기 이탈리아 저항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이전과 연결되지만 주된 관심은 ‘근대 인문학의 황혼’이라고 할 법한 시대적 변화로 한 발 옮겨져 있다. 60대의 저자가 찾은 이탈리아는 어딘가 조금 달라졌다.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전쟁으로부터의 교훈, 역사로부터의 교훈을 망각하고 이전보다 더욱 더 천박해져간다. 인간은 애초부터 잔혹하고 어리석은 존재였지만 간혹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어떤 근대적인 시도가, 예술적이고 정치적인 시도가 반짝 하고 빛났던 시기가 있다. 그 시기의 기억은 계속해서 희미해져가지만, 그 시기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새로운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낸다.
프롤로그
1장 로마 1
2장 로마 2
3장 페라라
4장 볼로냐·밀라노
5장 토리노 1
6장 토리노 2
7장 밀라노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나의 서양 미술 순례』 이후 30년, 노교수가 된 저자가 기록하는 시간의 힘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서경식이라는 이름을 저자로서 기억하게 된 것은 1993년 번역 출간된 『나의 서양 미술 순례』 덕분이다. 지금은 ‘미술 기행’이라는 말이 흔하게 여겨지지만 당시로서는 인문학적인 에세이면서 여행기이면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소개가 섞인 이런 형태는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고, 많은 독자들이 『나의 서양 미술 순례』를 통해 개인적이고도 정치적인 그림 읽기의 방법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조국에서 옥살이를 하는 형들(서승, 서준식)의 옥바라지를 하는 30대의 재일조선인 청년에게 유럽의 다양한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들은 지하실에 난 창문으로 겨우 들어오는 희박한 공기였다고, 저자는 그 책에 기록한 바 있다. 예술이 역사와 현실과 삶과 독특하게 뒤섞이며 서로를 해석하거나 확장하는 놀라운 장면들이 그 책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나의 조선미술 순례』에 이어 이제 60대가 된 저자가 다시 유럽, 이탈리아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난 소회를 기록했다.
20~30년 사이 달라진 세계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자가 ‘늙음’에 대해 사유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고통의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30년 전 비관적인 청년의 관점은, 인간의 역사 전체가 그와 비슷한 고통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는 노장의 관점으로 확장된다. 한편 예술, 예술작품을 인간이 유한한 시간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역사 속에 기어코 남기는 흔적으로서 읽어내는 것도 인상 깊다. 특히 저자가 언젠가 꼭 기록하고 싶다고 반복해서 언급하는 인간에 대한 더 어둡고 더 솔직한 진실이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진다.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본 이탈리아 예술의 매력, 이탈리아의 매력
이 책에서는 그동안 저자의 전작에서 다루어진 바 있는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프리모 레미,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외에 모딜리아니, 샤임 수틴, 잔 에뷔테른, 조르조 모란디, 주세페 펠리차 다 볼페도, 마리노 마리니, 주세페 스칼라리니, 오기와라 로쿠잔, 사에키 유조, 마리오 시로니 등의 작가와 작품이 소개된다.
각각 다른 시대에 다른 장소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이지만 각자의 시대 각자의 장소에서 치열하게 고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종교개혁의 시대 종교적으로는 정통파이면서도 예술적으로 혁명가이기 때문에 인간 존재의 본성을 가차 없이 그려낸다거나(카라바조), 파시즘의 시대에 고전성, 고요함, 조화라는 주제에 집중함으로써 반파시즘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든가(모란디), 2차대전 이후에도 계속 인간의 승리가 아닌 패배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든가(마리니), 예술적인 완성 이후의 완성을 추구하며 탈진해버린다든가(미켈란젤로).
또 이탈리아 곳곳을 수차례 여행하면서 겪은 여러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이 더해져 생생한 이탈리아 여행기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