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를 기억하는 방법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19년 8월 30일
ISBN: 979-11-89198-95-4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224쪽
가격: 17,000원
분야 정치, 사회
발행일 2019년 12월 10일 | ISBN 979-11-90403-96-2 | 가격 11,900원
버닝썬, 강남역 살인 사건, 낙태죄,
유영철, 88올림픽, 박근혜, KTX……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꿰뚫어보는 페미니즘의 눈!
지금 여기, 쏟아지는 페미니즘 이슈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석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젠더 이슈는 계속해서 한국 사회를 가장 뜨겁게, 가장 전면적으로 뒤흔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성매매, 경찰 유착, 불법 촬영물 유포 등이 벌어진 정황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친 수많은 여성들의 문제제기 끝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 문제뿐 아니라 여성 폭력의 관점에서 다시금 쟁점이 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지금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사건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 전반의 젠더 의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 역시 끌어올려지고 있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단지 어느 한 분야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를 완전히 다시 성찰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슈들을 해석하는 언어는 여전히 다소 제한적이다. 때로는 어떤 입장이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사건들도 있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젠더, 섹슈얼리티, 자본주의, 정치체제가 맞물려 있는 구조를 총체적으로 관통하는 시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 타임워프』는 현재 쏟아지는 사건들의 맥락을 더욱 정확하고 풍부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세 명의 저자 김신현경, 김주희, 박차민정은 근현대사, 대중문화 산업, 성매매, 섹슈얼리티 등의 주제를 연구하며 오랜 시간 한국 사회를 치밀하게 분석해왔다. 이런 오랜 연구를 통한 분석에 더해, 지금의 페미니즘 사건들과 과거의 사건들을 병치시킴으로써 그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깊이 있게 해석하는 언어를 제공한다. 버닝썬 게이트를 88올림픽 시기의 환대 문화와 연결 짓고, 고 장자연 사건을 10‧26의 여성 연예인들과 나란히 봄으로써 지금의 이슈들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드러내는 균열임을 밝힌다. 그럼으로써 페미니즘이 던지고 있는 문제제기, 즉 한국 사회가 지금 성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를 깊이 있고 세밀하게 짚어준다.
1 발전주의 시대의 유산
발전과 젠더, 환대의 성별정치: 1988년 서울올림픽 피켓걸에서 버닝썬 게이트까지 | 김주희
‘군대 가정’과 ‘계간’하는 시민: 군형법 제92조의 6 그리고 ‘동성애 반대’ | 박차민정
누가 장자연을 죽였나?: 10.26의 여성 연예인들 그리고 고 장자연 사건 | 김신현경
2 ‘여혐 전쟁’의 도래
최초의 좀비, KTX 여승무원: KTX 투쟁에서 미러링의 언어까지 | 김신현경
우리는 왜 이제야 ‘여혐 전쟁’을 목격하게 되었나?: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까지 | 김주희
‘명랑한 수술’과 미완의 권리: 모자보건법에서 저출산 시대의 낙태죄까지 | 박차민정
3 새로운 반복을 위하여
화장실과 시민의 자격: 공중변소에서 파우더룸까지 | 박차민정
‘원정녀’ 탄생의 정치경제: 양공주에서 원정녀까지 | 김주희
다시, 박근혜를 ‘사유’해야 한다: 2002년 여성 대통령 논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 김신현경
후기 기억의 페미니스트 정치
부록 젠더/섹슈얼리티 장면의 연대기
주
양공주에서 버닝썬 게이트까지, 페미니즘으로 재구성하는 한국 현대사
이 책은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기억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동안 젠더적 관점에서 해석되지 않았던 역사, 시간, 사건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완전히 새로운 내러티브가 쓰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IMF 경제위기, 발전주의 시대의 문제들, 신자유주의화와 노동의 비정규화, 국정농단 사태처럼 페미니즘과는 별개로 논해져온 쟁점들은 저자들이 시도하는 ‘기억’의 정치를 통해 비로소 연결된다. 이런 기억의 정치를 통해 이 책은 기존의 지배적인 역사 서술이 가졌던 한계를 넘어,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장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 책은 88서울올림픽과 발전주의 시기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을 되짚음으로써 ‘버닝썬 게이트’가 단순히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일탈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매개 삼아 성장해온 한국 자본주의의 결과물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 2002년의 ‘박근혜 지지 논쟁’을 복기함으로써, 여성 정치(인)에 관한 빈약한 토론이 어떻게 2016년 국정농단 사태라는 뼈아픈 결과를 야기했는지를 되짚는다. 한편 낙태죄를 둘러싼 1970년대의 지형을 따라가보고, 계간죄가 한국의 군형법에 ‘불시착’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서는 한국의 근대성이 형성된 매끄럽지 않은 여정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들은 현재의 젠더/섹슈얼리티 장면들을 있게 한 기원으로 1960~70년대, 그리고 개발독재 시대가 남긴 유산으로서 2000년대를 지목한다.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를 동원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았던 가부장적 개발독재 시대와 한국 자본주의의 발달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은 고 장자연 사건과 10‧26의 여성 연예인을 병치시킴으로써 2000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달을 뒷받침했던 아주 오래된 ‘남성 동맹’을 읽어내도록 요청한다. 또 노동의 비정규직화가 여성혐오를 바탕으로 진행되고(「최초의 좀비, KTX 여승무원」)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이 ‘여성혐오 사건’으로 의미화될 수 없었던(「우리는 왜 이제야 ‘여혐 전쟁’을 목격하게 되었나?」) 2000년대가 현재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처럼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저자들의 면밀한 독해를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를 더욱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저자들이 시도한 ‘타임워프’, 즉 과거와 현재의 병치는 더욱 풍부하고 섬세한 페미니즘 담론을 만드는 데 많은 영감을 제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