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글 리단
출판사: 반비
발행일: 2021년 6월 4일
ISBN: 979-11-91187-90-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6x205 · 392쪽
가격: 18,000원
분야 에세이
발행일 2021년 6월 17일 | ISBN 979-11-91187-92-2 | 가격 12,600원
정신질환에 관한 가장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보고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는 정신질환 당사자이자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을 만나온 저자가 쓴, 정신질환에 관한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보고다. 저자 리단은 그 자신이 매일 스무 알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양극성장애 환자인 동시에, 자조모임을 조직하며 다른 환자들을 만나오고 수년간 정신질환에 관해 쓰고 그려온 작가다. 저자는 스스로 경험한 바와 다른 이들을 통해 배운 바를 토대로, 우울증에서 경계선 인격장애와 조현병까지, 처음 정신과를 찾는 방법에서부터 지지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법까지 ‘정신질환이라는 세계’에 대한 통합적인 세밀화를 그려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신병’이라는, 때로는 정신질환에 대한 멸칭으로도 쓰이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 까닭을 “‘마음의 병’ 같은 말로 돌려 말하는 대신, 말 그대로 정신에 ‘병’이 생긴 상태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정신질환에 덧씌워진 흥미 위주의 속설이나 오해를 걷어내고 ‘질병’으로서 정신질환이 갖는 현실적인 면모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저자가 살펴보는 이 현실적인 면모들은 우울증 환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조증 상태에서 겪는 경험의 실체는 단순히 기분이 들뜨는 상태와 무엇이 다른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인간관계가 처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폐쇄병동에 입원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지 등을 아우른다. ‘정신병의 나라에서 온’ 안내자라고 할 수 있을 이 책은, 정신과에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초발 환자부터 평생질환으로 관리할 각오를 하고 있는 환자, 그리고 주변의 정신질환자를 이해하고 싶은 이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단계와 입장에 서 있는 독자들 모두를 도울 수 있는 책이다.
병자가 현재를 관리하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돕는 실천적 가이드
이 책은 정신질환에 대해 여전히 ‘다 괜찮다’는 식의 무책임한 위로나 근거 없는 대체요법이 팽배한 사회에서 따를 수 있는 대단히 실천적인 가이드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장 초점을 두는 것은 ‘어떻게 정신병자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책임감 있게 관리해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 즉 어떻게 병을 관리해나가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책은 그러기 위해 필요한 아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책들을 제공한다. 이는 약물 치료와 관련된 것부터 생활의 작은 습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예를 들어 초진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는지, 정신과 의사와 효율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정신과 약물에 관해 환자가 알아두면 좋을 것들과 약물 치료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의 실질적인 문제를 상세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중증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생활을 돌보지 못할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폐쇄병동에 입원한 후 어떻게 사회에 복귀할지와 같은 문제들부터, 직장과 학교에 적응하는 법, 생활 리듬을 촘촘하게 설계해 병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까지 다룬다. 또 한국에서, 정신질환과 오래 싸워온 당사자가 건네는 이와 같은 제안들은 한국 사회의 특성과 현실에 맞춤한 조언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같은 사회적 문제부터 복지 지원과 같은 세부적인 제도까지, 이 책은 한국 정신질환자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환자의 주체적인 힘이나 병을 대하는 적극적인 태도는 과소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단순한 위로나 힐링의 차원을 넘어 환자가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음을 설득하고 돕는, 아주 현실적인 가이드가 돼줄 것이다.
프롤로그
이 책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1부 어떤 사람들은 몰라도 되는 병의 세계
1장 네가 다 잃어도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2장 처음 정신병이라는 세계에 발 딛는 당신에게
3장 병자를 돕는 것: 병식, 병체성, 그리고 자조모임
4장 고양이처럼: 우울증 환자가 삶을 운영하려면
5장 정직한 자들이 가는 지옥, 조증
6장 경계선 인격장애라는 슬픔
7장 조현병: 현을 조율하는 사람들
2부 병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8장 병이 낫지 않는 사람들
9장 약물의 이해: 기초
10장 정신과 의사와 대화하는 법: 치료 계획 수립
11장 우울증 회복을 위한 활동 지침
12장 양극성장애를 운영하기
13장 취미: 시간의 모방자
14장 정신병과 가난
15장 직장과 학교에 적응하기
16장 약물의 이해: 심화
17장 폐쇄견문록
18장 기억하는 자, 기록하는 자
19장 자해하는 사람들
20장 자살을 하려는 이들을 위한 탐구서
21장 섬 연애: 떠나지 못하는 섬, 끝나지 않는 연애
22장 부모 그리고 의사: 모든 걸 모르고 모든 걸 아는
23장 정신질환자를 지지하는 것
에필로그
자신의 병을 깊이 탐구한 이만이 쓸 수 있는 단단하고 밀도 높은 희망의 이야기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는 대단히 견고하고 아름다운 당사자 글쓰기의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거창한 미사여구 없이도 자신의 병과 치열하게 투쟁하고 그것을 밑바닥까지 내려가 들여다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고 단단한 글이 갖는 힘을 보여준다. 자기 연민이나 과도한 비관에 빠지지 않고 냉철하게 스스로의 조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른 병자들을 향해 보내는 지지와 연대의 시선은 책의 곳곳에 스며 쉽게 잊히지 않을 문장들을 만들어낸다.
한편 저자는 퀴어 여성으로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떻게 정신질환에 더 취약해지는가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사회적 소수자라는 조건과 정신질환이라는 조건이 서로 독립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식하며,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정신질환자로서의 경험을 연결 짓는 데에서 이 책의 통찰이 빛난다. 저자는 병자로서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일을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경험과 나란히 놓고, 빈곤이 어떻게 병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를 섬세하게 살핀다.
이 책은 또한 절망의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묘한 희망을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제 나는 더는 병을 치료로 낫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도 병자들에게 삶을 꾸려나가기를,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말자고 말한다. 정신질환을 앓기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시하는 동시에 “우리는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가장 작은 행동,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나날이 우리를 지킨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든,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든 이 책이 취하는 태도는 ‘정신병’이라는 현실과 싸워나갈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사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읽은 정신질환에 관한 책 중 가장 적확한 보고이자 실제적인 지침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같은 ‘건강 약자’로서 내가 극복하지 못한 호소, 분노, 자기 연민을 넘어선 글쓰기는 정신질환에 관한 글쓰기의 도약, 이정표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당사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퀴어-정신병-섬 연애라는 3단 콤보는 그 파괴적인 면모에 비해 의외로 흔하게 존재한다.”라고 썼지만, 내 생각에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다. -정희진(여성학 연구자,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병에 짓눌리지 않고 병을 탐구한 당사자의 문장은 정확하고 구체적이면서 사려 깊다.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그것은 일단, 그저 병”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아야 한다. 아프면 치료받고 규칙적으로 약을 먹고 필요하면 입원하는 병. 그것을 제대로 인지해야만 편견과 혐오, 차별을 없앨 수 있다. ‘정신병자’에게도 정신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진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