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경제학

실비아 나사르 | 옮김 김정아

출판사 반비 | 발행일 2013년 7월 29일 | ISBN 978-89-837-1608-8

패키지 양장 · 816쪽 | 가격 30,000원

책소개

전 세계적인 장기 불황, 경제학 천재들에게 답을 물어라!

“당신이 지금 들고 있는 이 책은 경제사상의 역사라기보다 경제학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도구임을 보여주는 이야기책이다. 이 생각은 1차대전 이전의 황금기에 탄생하여, 두 차례 세계대전과 여러 전체주의 정부의 발생과 대공황에 의해 도전받았으며, 2차대전 이후 두번째 황금기에 부활했다. 나는 경제학을 주인 되는 도구로 바꾸는 데 기여한 인물들을 선택했다. 그들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마셜의 ‘엔진’을 만들고 케인스의 ‘장치’를 고쳤다. 그들은 저마다 기질과 경험과 재능에 따라서 자기 앞에 놓인 시대와 장소에 부응하는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1840년대 런던에서 시작되어 21세기 초입의 콜카타에서 끝난다. 나는 그들이 저마다의 세계를 보면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상상해보고자 했고,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정신을 고무했을까 이해해보고자 했다.” — 본문 중에서

 

인류를 구원한 경제학, 현대 경제학의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실비아 나사르가 이 책에서 추적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업적이 아니다. 저자는 독특하고도 위대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인간이 자신의 경제적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이는 불과 200여 년 전에 태어난 생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제학이 있었다. 그 전의 경제학이 고된 노동을 통해 보잘것없는 결실을 얻는 인간의 운명을 묘사하는 “암울한 과학”(토머스 칼라일의 말)이었다면, 19세기 드디어 경제학은 ‘주인 되는 도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 생각은 빅토리아 시대 디킨스의 런던에서 처음으로 잉태되고, 1차대전 직전의 황금기에 태어났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체주의 정권의 부상과, 대공황에 도전받았고, 2차대전 이후 두번째 황금기에 되살아나 현대 세계 경제를을 만들어냈다.  인류가 경제적 필연성이라는 주어진 밥상을 걷어찰 수도 있다는 이런 생각은 너무도 낯설고 생소한 것이어서 18세기 후반 제인 오스틴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당시 전형적인 영국 사람이란 로마 시대 노예보다 살림이 나을 바 없는 농장 노동자를 의미했다. 물론 자신의 형편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가당치도 않았다.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1756년에 당시의 통념을 이렇게 글로 표현한 바 있다.
“인류의 9할은 평생 동안 고생만 하다 죽는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이 죽은 지 50년도 안 되어 세계는 생활 수준이 사회 구성원 전반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다.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관념이 빅토리아 시대의 대중적 상상력을 강하게 사로잡았고, 빅토리아의 지식인들은 경제학에 빠져들었고, 상당수가 그 분야에서 대단한 작품들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자연 과학의 발전, 특히 다윈의 진화론에 고무된 이들은 사회적 메커니즘을 조사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물질적 부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기회들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조사하는 도구. 그것이 바로 새로운 경제학이다.

편집자 리뷰

실비아 나사르가 선택한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기질과 경험 그리고 비범한 천재성으로 인해 새로운 질문을 하고, 새로운 답안을 제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케인스가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정치적 문제라고 부른 것, 곧 경제적 효율, 사회 정의,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조화시키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나름의 기여를 했다.

이 책의 1부 희망은 자신만만했던 19세기의 경제 사상을 다룬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량 증대가 인구 증가를 빠른 속도로 추월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1840년대에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하지만 동시에 극단적인 경제 불평등과 끔찍한 빈곤의 현장이기도 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바로 이런 현실을 고발하고,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헨리 메이휴는 세계 최초의 르포 연재 기사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불행한 삶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만성적 원고 지연자 카를 마르크스는 그의 수호천사 엥겔스의 후원에 힘입어 어떻게 경쟁이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량의 증대가 고임금이나 더 나은 삶의 조건들로 전환되지는 않으리라는 오판을 하기도 했다.

수줍음 많고 자수성가한 케임브리지의 수학자 앨프리드 마셜은 빈곤으로부터 탈피하는 과정이 점진적인 것이며, 공장과 사무실에서뿐 아니라 학교 교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비어트리스 웨브는 부유하고 아름답고 고집이 센 여성이었다. 그녀의 집에서는 늘 당대 최고의 학자들, 곧 시드니 웨브, 조지 버나드 쇼 등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논쟁을 벌였다. 그 자신이 위대한 지성이기도 했던 웨브는 현대 복지국가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젊은 토리당 정치인인 윈스턴 처칠로 하여금 그 개념을 실행에 옮기도록 했다. 한편 당시 에이즈보다 더 무서웠다는 결핵의 생존자인 미국의 어빙 피셔는 은행과 금융 시장을 경제의 주기적 시스템 속에서 파악했고, 화폐 정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좌우를 막론하고, 불황을 이겨낸 천재들
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암울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의 지갑은 단단히 닫히고, 부동산 거품은 빠져나가고, 실업률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 책에 그려진 불황과 공황의 장면은 그래서 더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환기해보자면, 1933년 전체 인구의 25%가 실업 상태였고, 자살율이 가파르게 올랐으며, 주식은 1929년 가격의 1/5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회 지도층은 꼬여만 가는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투했다. 1934년 케인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혼수상태에 빠진 나라를 구하려면 돈을 풀라고 조언했다. “세계의 7대불가사의가 근검 절약으로 만들어졌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그보다 훨씬 전, 15년 이상 마감을 어긴 마르크스가 <자본>을 드디어 완성한 것도 1866년 공황에 대한 응답이었음을 떠올려보면 그 메시지가 더 분명해진다.

이 책의 2부 두려움은 바로 두 번의 세계대전과 1930년대 대공황의 시기를 다룬다. 극단적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자유시장과 민주주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제학자들은 불안정의 원천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지만 대공황에 의해 반격을 당했고,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볼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 경제학자들의 고민과 실패와 실험은 오늘날의 불황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참조점이 된다.
요제프 슘페터는 결혼 후 당시 경제 기적의 현장으로 여겨졌던 카이로로 신혼 여행을 떠났는데, 거기서 기업가가 가난에서 사람들을 이끌어내는 모세와 같은 존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1차대전 후 세계화가 중단되면서 빈민굴로 전락한 빈을 되살리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재정장관이 되어 무역과 금융거래를 되살리고자 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촌인 하이에크는 1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미국으로 가서 어빙 피셔의 낙관, 곧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혹은 주식 시장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 사회주의가 자유 시장 절대로 능가할 수 없다고 설파하는 데도 주력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영국 상류층 출신에 유명한 문학가와 예술가의 서클이었던 블룸즈버리 서클의 핵심 멤버였는데, 전체를 통찰하는 눈이 있었고 늘 자신만만했다. 케인스가 1차대전 당시 영국 재무부로 하여금 경매로 나온 드가의 수장품들을 헐값에 사들이도록 한 것(그러면서 덤으로 자신도 몇 점을 고른 것)은 그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례다.(안타깝게도 이후 대공황 때 주식 투자에서 쓰라린 실패를 겪은 케인스는 이 소장품들의 일부를 다시 팔아야 했다.) 케인스는 2차대전 후 두번째 호황의 근간이 된 통화와 금융 체제인 브레튼우즈 체제의 설계자이기도 했다. 조앤 로빈슨은 케인스의 남자 제자들 사이를 뚫고 들어간 유일한 여성이다. 영국의 경제적 실패와 소련의 성공에 급진화된 로빈슨은 경쟁이 늘 항상 최선의 결과들을 도출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책 <불완전 경쟁의 경제학>을 썼다.

20세기 후반에 세계는,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자신감을 찾았다. 일단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적 지식을 흡수하고, 그 지식을 활용할 방법을 알아낸다면 후퇴는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었다. 하이에크 같은 자유주의자들조차도 정부가 국제적 협력에 필요한 평화를 지킬 의무는 물론, 고용율을 제고하고 (독일을 포함한) 세계 경제를 되살릴 책임이 있다는 걸 당연히 여겼다.

밀턴 프리드먼은 뉴딜 지지자로서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일을 담당했는데, 프리드먼의 이야기를 통해 2차대전 후 미국 재무부의 형성 과정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자체가 실업 방지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경제학 박사들의 대량 공무원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1930년 정부를 위해 고용된 경제학자의 수는 100명에서 1938년 5000명으로 늘어났다. 이 시기 미 연방정부 내 최고의 케인스주의자로 알려진 두 명의 경제학자들이 스탈린 스파이이기도 했다는 일화도 흥미롭다. 폴 새뮤얼슨은 루스벨트 행정부에서 전후 경제에 관한 암울한 예측을 내어놓았지만, 틀린 예측이었다. 대학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경제학 교과서 수요가 커졌을 때 <경제학: 개론적 분석>을 펴내 엄청낸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다. 그리고 케네디의 경제 자문으로서 케인스주의적 정책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마르티아 센은 전쟁과 기근과 학살이 난무하던 시절 인도에서 태어나 자랐고, 케임브리지로 유학해 조앤 로빈슨의 젊은 제3세계 제자들 그룹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나라는 윤리학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로빈슨의 관점을 거부했고, 마오쩌둥의 중국이 인도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거부했다. 기근이 자연재해라는 통념에 도전해 그것이 분배의 문제임을 입증해보이기도 했다.

 

문학적이고 우아한, 그러나 쉽고 재미있는 경제학사
실비아 나사르의 전작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재현한다. 이 책 역시 <뷰티풀 마인드>가 보여주는 우아한 문체, 풍부하고 섬세한 묘사, 그리고 날카로운 객관성을 모두 갖추었다. 이렇게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사람들을 다루면서도 이야기가 산만해지거나 피상적이 되지 않는 비결은 문학과 경제학 모두에 조예가 깊은 저자의 이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이 다루는 시대와 자기 주인공들이 느꼈을 감정들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문학 작품들을 끌어오고, 그런 시도들은 대부분 성공적이다. 19세기 초 런던의 양극화가 불러일으킬 만한 혐오감을 설명하기 위해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열다섯 살부터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던 비어트리스 포터 웨브의 집착을 설명하기 위해 헨리 제임스의 <어느 여인의 초상>이 동원된다.

물론 이 책이 대단한 포만감을 주는 것은, 이 책이 다루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 덕분이다. 그리고 이 책이 대단히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이 책이 다루는 사람들의 기벽과 개성 덕분이다. 승마바지를 입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슘페터, 늘 마감을 어기며 헌신적인 수호천사 엥겔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던 마르크스, 개혁적인 학자로서 자신의 일과 보수적인 유력자를 남편감으로 추종하던 젊은 시절의 비어트리스 웨브. 또 결핵에서 살아남아 건강 전도사가 되고 독특한 낙관적 세계관을 갖게 된 어빙 피셔. 이들의 날카로운 통찰이나 판단 착오, 모순된 욕망, 그리고 목표를 향한 도전은 경제학이라는 근대적 학문의 본질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과학임을 확신시킨다.
또 한 가지 이 책은 좌우의 기준이 현대 경제학의 진화라는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당연히 애덤 스미스가 적자생존의 신봉자라거나 케인스가 자유의 제한과 초국가의 탄생을 주장했다는 식의 단순화를 넘어 서 있다. 그래서 케인스와 하이에크가 정부의 개입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을지라도, 결국 하이에크를 왕립아카데미의 일원으로 추천한 것이 케인스이며, 보수주의자들의 성경이라 할 <예속의 길>의 가장 훌륭한 서평을 쓴 것도 케인스라는 사실, 또 이후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홍보용 지식인 중 하나가 된 조앤 로빈슨의 책을 극찬한 것이 슘페터라는 사실이 놀랍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알려준다.

목차

서문: 인류의 9할
1막: 희망
프롤로그: 다정 씨 vs. 스크루지
1장: 새로운 기적의 시대: 엥겔스와 마르크스
2장: 프롤레타리아는 존재할 수밖에 없을까?: 앨프리드
마셜
3장: 포터 양의 일과 사랑: 웨브 부부와 복지국가
4장: 부의 과학: 어빙 피셔와 통화정책
5장: 창조적 파괴: 슘페터와 경제적 진화
2막: 두려움
프롤로그: 세계 전쟁
6장: 인류 최후의 나날: 빈의 슘페터
7장: 죽어가는 유럽: 베르사유의 케인스,
8장: 기쁨 없는 거리: 빈의 슘페터와 하이에크,
9장: 낙관의 시대: 1920년대의 케인스와 피셔
10장: 시동 불량: 대공황의 케인스와 피셔
11장: 실험: 1930년대의 웨브와 로빈슨
12장: 경제학자들의 2차대전: 케인스와 프리드먼
13장: 망명: 전쟁 중의 슘페터와 하이에크
3막: 자신감
프롤로그: 사라진 우려
14장: 과거와 미래: 브레튼우즈에 간 케인스
15장: 예속에서 벗어나는 길: 하이에크와 독일의 기적
16장: 주인 되는 도구: 워싱턴에 간 새뮤얼슨
17장: 거대한 환상: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로빈슨
18장: 운명과의 약속: 콜카타와 케임브리지의 센

에필로그: 미래를 상상함


감사의 글
옮긴이 후기를 대신하여
색인
사진 출처

작가 소개

실비아 나사르

1947년 독일 바바리아에서 태어나 안티오크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뉴욕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4년 동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바실리 레온티에프의 경제분석 연구소에서 활동했다. 1983년부터 《포춘》의 칼럼니스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칼럼니스트, 《뉴욕 타임스》 기자로 일했고, 컬럼비아 대학의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뷰티풀 마인드』로 전미비평가협회 전기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김정아 옮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비교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교수신문》 문화부 기자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센터 연구원 및 파리3대학 영화과 박사 과정에 있다. 옮긴 책으로 『옥시덴탈리즘』, 『걷기의 역사』를 포함하여 다수가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