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원제 The Faraway Nearby

리베카 솔닛 | 옮김 김현우

출판사 반비 | 발행일 2016년 2월 11일 | ISBN 978-89-8371-77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0x205 · 384쪽 | 가격 17,000원

분야 에세이

책소개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삶의 고비들을 건너게 해 주는 이야기의 힘

“나는 나쁜 이야기의 독소를 정화시켜 끝내 아름다운 이야기의 강물로 흘러가게 만드는 더 큰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솔닛은 더 강력한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에게 강요된 나쁜 이야기의 마법과 싸워 마침내 승리하는 이야기의 전사다.” —정여울(문학평론가)

“제가 읽은 가장 구체적인 잠언이에요. 허공에 뜬 구절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글은 노동하는 여성만이 쓸 수 있어요. 지성과 통찰은 약자가 가질 수 있는 힘입니다. 읽기가 사는 고통을 덜어 준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외로움도, 죽고 싶은 마음고 진정시켜 줍니다. 읽기만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정희진(『정희진처럼 읽기』 저자)

‘맨스플레인’의 작가 리베카 솔닛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본격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은 리베카 솔닛의 신간이자 전미도서상 후보작, 전비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작으로 오른 주저이다. 솔닛은 2010년 한 칼럼에서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로 21세기에도 만연한 젠더 불평등의 핵심을 명쾌하게 요약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 단어는 《뉴욕타임스》 ‘2010 올해의 단어’에 선정되고, 솔닛은 같은 해 《유튼리더》 선정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로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 온라인판에 등재되었고, 이 글을 수록한 칼럼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한국에 소개되어 대부분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 외에도 『걷기의 역사』 『이 폐허를 응시하라』 『어둠 속의 희망』 등 작가의 다양한 관심과 면모를 보여주는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멀고도 가까운』은 그런 다양한 면모를 가장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본격 저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주요한 주제는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프로이켄의 『북극 모험』,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백조 왕자』 『룸펜슈틸츠헨』 『눈의 여왕』 같은 구전 동화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솔닛은 주변의 여러 삶들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마침내 이해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변명하거나 누군가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 혹은 작가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해이다. 작가는 이를 용서이자 사랑이라고 부른다. 작가는 이런 따뜻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내밀한 회고록이지만 읽기와 쓰기가 지닌 공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유려하게 웅변하는, 솔닛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이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나와 우리를 이루는 이야기들의 힘

이 책의 다양한 주제를 하나로 엮는 큰 주제는 이야기하기의 힘이다. 우리는 이야기들을 엮어서 정체성을 형성해낸다. 솔닛의 말대로 자아는 우리의 삶이 만들어내는 중요한 작품이자, 만인을 예술가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가령 많은 동화들은 문제 해결을 다루는데 동화 주인공들은 그 문제 해결 와중에 ‘자신’이 된다. 이것은 이야기하기의 기본 원칙이다. 이야기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우리의 한계를 알아차리고 넘어서며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간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도중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만남으로써만 가능하다. 이는 ‘자아’를 만들어내는 일에 근본적으로 ‘듣기’와 ‘읽기’의 능력, 타인에게 감정이입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고전이나 『백조 왕자』 같은 원형적인 서사뿐 아니라 극한의 추위에서 남편과 아이의 시체를 먹고 살아남은 에스키모 여인의 이야기, 그리고 전 세계가 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우물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하고 그 후유증으로 자살한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북극곰을 잡아먹는 북극곰 이야기, 무엇보다『신데렐라』의 음울한 버전이라 할 법한 솔닛 어머니의 이야기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호출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솔닛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다시 우리 자신의 삶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친다. 솔닛의 이야기인 이 책은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서 그녀의 삶과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연결시킨다.

편집자 리뷰

질병과 고통에의 감정이입, 돌봄과 성찰이라는 노동을 통해 성취한
아름다운 인격의 기록

이 책은 무엇보다 어머니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다. 딸이 어떻게 어머니를 사랑하고 증오하고 넘어서고 이해하는지에 관한 서사다. 딸이 어떻게 자라나 마침내 뜻깊은 존재론적 성취를 이루는지 보여주는 서사다. 조금 과장하자면 여성주의적 성장 서사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 압도당하고 아버지와 경쟁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하는 근대적인 남성적 성장 서사의 전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적인 성장 서사라 할 만하다.
다른 사람(혹은 동물)을 돌보고 다른 이야기들을 읽고 듣고 또 글로 써내는 일은 이 책에서 아주 긴밀하게 연결된 노동이다. 그것은 ‘감정이입’이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능력을 요하는 노동이자 정직한 땀방울을 요하는 노동이다. 이런 노동을 통해 형성된 솔닛의 ‘자아’는 “궁전, 부자, 복수 같은 관습적인 것”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풍요롭고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프랑켄슈타인』을 쓰면서 성취한 것만큼이나 말이다. 거기엔 진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신적인, 예술가다운, 부모다운 힘이 담겨 있다.

아이슬란드로의 여행,
나를 떠나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여행

이 책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 서부 출신의 한 작가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다녀오는 과정을 그린 여행 에세이기도 하다. 장소와 공간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저자 덕분에 이 책은 특별한 깊이감과 공간감을 지닌다. 솔닛은 미국 서부의 친숙한 장소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머나먼 장소들에서 다른 이야기와 다른 자아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좋은 여행자다. 자아를 깊이 파고드는 일만큼이나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이 중요하듯,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려는 마음도 필요하다는 것,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자신의 여행을 통해 효과적으로 납득시킨다. 가끔은 밖으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이국적인 정경에 대한 관찰과 묘사는 그곳의 여러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과 어울려 더 빛을 발한다. 아이슬란드에서 솔닛은 독특한 시선으로 어둠과 빛, 그리고 냉기와 온기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그런 사유는 자연스럽게 동족을 잡아먹는 북극곰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우리가 살 수 없을 곳으로 만들고 있는 인간의 오만과 무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어진다. 에세이스트이자 역사가, 예술 비평가이자 환경 운동가, 그리고 누군가의 딸이자 형제, 혹은 친구로서의 다양한 면모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추천사

장르를 뛰어넘는 놀라운 책이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강력한 힘은 서사의 미세한 신경세포들을 배치하는 데서 나온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서정적인 산문의 대가 솔닛은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의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해 써내려 간다.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낸 신화들과 사유들을 다시 음미한다. —뉴요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훌륭한 정신이 부단히 노동한 결과다. 독자들은 하나의 이야기 안으로 엄청나게 많은 가닥들을 짜 넣을 수 있으며, 그로써 우리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서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북포럼

우리가 왜 창작을 하는지, 우리가 왜 이야기를 만드는지에 대한 심오하고 감동적인 설명이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흡인력 있는 문학적 논픽션을 본 적이 없다. —아메리칸스콜라

솔닛은 우리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힘들고 가장 운명적인 시기에도 마찬가지다. —오프라.com

솔닛은 우리가 더 대담하고 창조적인 사상가가 될 것을 요구한다. 겉보기에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주제들 사이의 연결고리들을 직관적으로 간파해 내고,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길을 따라오도록 격려한다. —데일리비스트

대작이다. 솔닛은 자아를 만들어내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작업에서 우리를 인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들 중 한 명이다. —닉 플린

솔닛의 책을 들고 자리에 앉으면 변화가 일어난다. 세상이 조금 더 명확하면서 동시에 조금 더 신비로워지는 것이다. 여기 우리가 아는 가장 진실한 목소리가 있다. 솔닛이 내는 책 한 권 한 권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지도가 된다. —마크 도티

목차

살구
거울
얼음
비행

감다
매듭
풀다

비행
얼음
거울
살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리베카 솔닛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길 잃기 안내서』, 『마음의 발걸음』, 『오웰의 장미』, 『야만의 꿈들』,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등이 있으며, 『그림자의 강』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래넌문학상, 마크린턴역사상 등을 받았다. 『멀고도 가까운』으로 201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10년 미국의 대안잡지 《유튼 리더》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6년 7월 1일

ISBN 978-89-8371-790-0 | 가격 11,900원

독자 리뷰(2)
  1. 정윤하
    2021년 6월 24일 3:44 오전

    딸이라면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늘 좋을 수만을 없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가장 큰 상처도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치매로 인해 변화되는 관계, 과거에 대한 기억, 그 안에서 변화되는 생각들을 읽으면 나도 우리 엄마를 이렇게 이해하는데 어떤 계기가 필요할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제발 그게 치매는 아니길 빌면서…

    URL
  2. 2016년 10월 6일 7:57 오전

    ‘종종 열쇠가 자물쇠보다 먼저 도착하기도 한다.’(p.15)
    그녀 앞으로 살구 45킬로그램이 배달되어 온다. 그녀는 그것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종이를 펼치고 그 위에 살구를 가지런히 늘어 놓는다. 한 나무에서 난 것이지만 어떤 것은 너무 많이 익어서 썩으려는 참이고, 어떤 것은 푸른기가 가시지 않은채 막 노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중이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해야할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 그녀가 간직해온 비밀같은 수수께끼들이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도, 이제 막 시작하려는 풋풋한 이야기도 모두 한 나무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 살구는 그녀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새로운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30년을 살던 집에서 따온 살구이다. 이제 그녀는 살구알을 하나 하나 정성스레 골라내며 잘못 풀려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다시 되돌리는 중이다.

    한 권의 책으로 엮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썼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한 가지에서 났어도 모양이 다른 살구처럼 각각의 색깔을 가진다. 그것은 이야기야말로 하나의 인위적인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럼 없이 흘러나와야 한다는 그녀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야기의 초반부에 그녀는 동화 이야기를 꺼낸다. 동화라. 동심 이야기겠지? 라고 생각하다 보면 그녀의 생각은 그렇다. 동화의 주인공. 아무런 힘도 없는 주인공,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힘을 행사할지언정, 정작 자신은 아무런 힘도 행사할 수 없는’ 주인공이다. 그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그를 돕는 인물들이다.

    불행하게도 그녀에게 어머니는 힘없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아닌, 그녀를 비극의 중심에 세우는 마녀의 역할이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신을 기억조차 못하는 어머니를 이야기 할 때 그러한 과거를 빠뜨린다면 그녀는 영영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지극히 감정적이었으면서도 ‘공정함’을 맹신하고, 딸의 성장에 대해서도 질투하며, 머리칼마저도 금발인 것을 허락치 않았던 어머니였다. 그녀는 정작 어머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때 비로소 어머니를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와의 간극에서 저자는 성장하면서 외로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제 둘 사이의 관계가 사라지고 오직 목소리와 얼굴만 남아서 간호하는 이와 간호받는 이의 사이가 되자 오히려 그녀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강하다고 생각했던 상대의 연약함을 마주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녀는 20대 시절 항상 자신을 억누르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거역하고, 그랜드캐니언을 따라 래프팅을 해보겠냐는 제안에 ‘네’라고 답해버린 순간을 기억한다. 그것은 실현되었건 아니건 어머니의 목소리를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발을 내밀던 그녀의 첫 순간이었다.

    우리의 것이 될 수도 있었을 보물을 거절한 듯한 느낌,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한 것 같은 느낌을 계속 지닌 채 살아야 했을 것이다. (p.59)
    시간이 지나 이제 살구는 작은 유리병 안에 절여져 있다. 모든 것이 바뀌었어도 유리병 안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녀는 살구가 담긴 두 개의 유리병을 보면서 그것은 마치 받아 적은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면, 그리하여 그 글들이 유리병 속에 언제고 시간을 지키며 담겨 있다면 이제 그것은 더이상 나를 괴롭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때로 다르게 보여질 수 있는 별개의 이야기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를 인용한다. ‘무엇이든 말로 바꾸어 놓았을 때 그것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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